“놀라 도망치는 초등생 CCTV 보고”… 경찰, 뒤늦게 유괴 미수 포착

입력 2025-09-05 13:49 수정 2025-09-05 14:16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초등학생 유인을 시도한 20대 남성 일당이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교 인근에서 벌어진 유괴 시도를 뒤늦게 파악하고, 피의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섰다. 최초 신고 당시 수사에 혼선을 겪은 경찰은 2차 신고를 받고 CCTV 영상을 추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점을 포착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5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유괴 시도 범행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경찰은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3명을 긴급 체포하고, 이 중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8일 촬영된 영상에는 홍은동 공영주차장 근처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량이 멈춰서 창문을 내리고 초등학생들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담겼다. 이에 겁에 질린 초등학생들은 도망쳤다. 해당 범행은 지난 2일 신고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홍은동 초등학교 인근에서 비슷한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으나, 이에 대해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대응한 바 있다. 그러나 2일 신고된 범행 영상을 확인하고, 첫 번째 신고 사건도 범죄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정정한 것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3시31분~36분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 초등학생 4명을 유인하려고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신고 사건의 영상에서 피해자들이 놀라 도망가는 게 확인돼, 일련의 사건이 연관성이 있다고 파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초 신고 당시 피해자 측이 알려준 차량 및 색상이 실제 범행 차량과 달랐다고 한다.

그러나 첫 번째 신고 당시에도 CCTV 영상에 범행 차량이 3~4초가량 멈춰져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초동 수사 과정에서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영상 확인이 미흡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의자들 중 2명은 대학생, 1명은 자영업자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중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인 이들은 “초등학생들이 귀엽게 생겨 즉석에서 장난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현재로서 계획 범행으로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범행 차량을 압수수색하고, 피의자 3명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