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전 매출을 5년 내 두 배로 키워 확고한 유럽 1위 가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이 유럽 가전 시장 ‘1위’를 거머쥐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과 지역 맞춤형 제품을 기반으로 성숙기에 도달한 유럽 시장에서 ‘퀀텀 점프’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류 본부장은 “구호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달성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류 본부장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5’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럽 시장에서의 비전과 전략을 설명했다. 유럽은 북미와 더불어 세계 최대 가전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LG전자는 북미 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으며 점유율 1위를 지켜내고 있다. 반면 유럽 시장 경우 보쉬, 밀레 등 본토 기업에 중국, 튀르키예 브랜드까지 영향력을 확장하며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으로는 기업 간 거래(B2B)와 소비자 직접판매(D2C), 소프트웨어·서비스(Non-HW) 등 신성장 사업 확장과 중간 가격 시장(볼륨존) 강화를 꼽았다. 수요와 가격 변동성이 낮지만, 수익성은 담보된 사업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B2B 영역에서는 유럽의 좁은 가옥 구조로 인해 빌트인 수요가 높은 점에 집중했다. 유럽 내 빌트인 매출을 2030년까지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려, 시장 상위 5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B2B 전문 조직을 강화하고, 기존 LG 빌트인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이번 IFA 전시관에도 B2B 상담 공간을 역대 최대 규모로 마련하는 등 기업 고객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유럽 빌트인 시장에 진출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성장세가 느리다는 지적에는 “그간 북미 시장에 먼저 집중했지만, 3년여 전부터 다시 유럽 시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 성장세를 체감할 수 있도록 결과로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유럽 소비자는 고효율과 디자인, 편의성 등 현지 ‘니즈’를 철저하게 충족한 제품으로 공략한다. 기존에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인정받은 품질과 기술을 볼륨존 제품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세탁기와 냉장고, 세탁건조기 신제품 경우 유럽연합(EU) 에너지 A등급 대비 최소 10%에서 최대 70% 전력 절감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을 볼륨존 모델에도 적용해 ‘고효율=LG’ 공식을 유럽 시장에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유럽 시장 경쟁에서 최대 적수로 꼽히는 중국 기업에 대해서는 “속도가 가장 큰 강점”이라면서도 대응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류 본부장은 “과거 한국이 ‘패스트 팔로어’(새로운 제품,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것)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는데, 지금 중국 브랜드들이 비슷한 모습”이라며 “(우리가) 중국 생태계에서 원재료나 부품 등을 가져다 쓰는 등 활용을 잘 하면 속도 부분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