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6일 오전 9시를 기해 홍제정수장 대수용가의 제한급수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단계적으로 시간제·격일제 급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5일 강릉시청 재난상황실에서 가뭄 대응 대책을 발표하고 “자율적 절수 참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제는 불가피하게 더 제한된 조치를 시행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는 6일 오전 9시부터 주문진읍·왕산면·연곡면을 제외한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내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제한급수를 시행한다.
대상은 공동주택 113곳(4만5000여 세대), 대형숙박시설 10곳 등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123곳이다.
현재 대수용가는 75% 제한급수에 참여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절수 효과가 낮아 우선적으로 제한급수를 적용하게 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홍제정수장 공급은 중단하고 소방당국과 함께 시설별 저수조로 직접 물을 운반한다는 계획이다.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홍제정수장 급수 전 지역(계량기 5만3485개)으로 제한급수를 확대한다.
1단계로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시간 제한 급수를, 2단계로 격일 제한급수를 실시한다. 시는 저수율 추이·효과에 따라 상황판단 회의를 열고 시행 시기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제한 급수로 인해 적수(붉은 물)가 발생할 경우 소방차와 살수차를 동원해 비상 급수를 시행하고, 배수지 밸브 점검 및 퇴수 등을 시행키로 했다.
현재 지역별로 물 절약 캠페인을 진행 중인 시는 저수효과 극대화를 위해 시민들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절수에 참여하는 가정·시설에게는 상수도 감면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추수 시기가 가까워진 만큼 동막·칠성·장현저수지와 지하수 관정 등 가용한 모든 수원을 활용해 농민들의 피해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시장은 “낮은 저수율이지만 모두가 함께 최대한 절약하면서 아껴 써야만 가뭄을 견뎌낼 수 있다”며 “불편한 일상을 감내해 주시는 동안 시는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강릉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108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강릉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13.3%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0.2%p 떨어졌다. 최근 6개월 강수량 역시 평년의 39.6%에 불과한 359.1㎜를 기록 중이다.
정부는 1일부터 범정부 가뭄 대응 현장지원반을 운영하는 한편 시에서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다.
강릉=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