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은행을 다니다가 그만두는 이가 늘고 있다. 평균 연봉 1억원 시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4대 시중은행에서 1년 만에 1300명에 가까운 직원이 짐을 쌌다. 은행들은 역대급 순이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이러한 ‘몸집 줄이기’는 디지털 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은행의 구조를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5만3794명으로, 1년 전(5만5066명)보다 1272명 감소했다. 신한은행이 532명으로 가장 많이 줄었고, KB국민은행(473명), 우리은행(180명), 하나은행(87명)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인력 감축의 가장 큰 원인은 비대면·디지털화다. 모바일 뱅킹이 보편화되면서 은행들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신규 채용은 줄이는 방식으로 인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매년 2000명 안팎에 달하며, 대상 연령대도 50대에서 40대, 심지어 30대까지 낮아지는 추세다.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인원은 지난 2022년 2357명, 2023년 2392명, 2024년 1987명으로 나타났다.
직원뿐만 아니라 은행 지점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4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1년 만에 126곳이 줄어든 2708곳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력 감축과 지점 통폐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실적이 좋을 때 충분한 보상을 받고 떠나려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인력은 줄고 있으나 은행들의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8조9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1130억원이나 늘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