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내년 7월 1일 출범을 목표로 추진해온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작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4일 기자들과 가진 차담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방향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며 “곤혹스럽지만 행정안전부가 이견을 조정하도록 요청하고 있어 제주형 모델에 대한 합의를 새로 끌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점에서 내년 도입은 어렵다”고 했다.
오 지사는 도민 의견을 수렴할 추가적인 방법에 대해 “기존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 준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행정구역안에 대한 도민 의견을 다시 묻겠다”고 했다. 다만 “그런 과정으로 가기 전에 합의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더 좋겠다”며 “빠른 시일 내에 행안부와 지역 국회의원, 도의회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어 “행정체제 개편 결과를 낙관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내년 도입을 기대하고 노력해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행정구역 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존 3개(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전제로 한 청사 재배치 등의 작업은 계속 진행된다.
오 지사는 “앞으로 구성할 새 위원회에서 새 안을 결정하면 3개 기초시를 전제로 추진해 온 작업은 중단해야 한다”면서도 “미리 조정하거나 멈추기는 상황”이라고 했다. 예산이 추가적으로 투입될 부분에 대해서는 “도민들께 양해를 구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제주도는 행안부가 원하는 ‘합치된 의견’을 만들어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의 행정체제 개편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영된 만큼 현 정부 임기 내에 과업을 마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27년 혹은 2028년 출범을 목표로 여건을 만들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로 민선9기 도정이 출범하는 2026년 7월 1일에 맞춰 광역자치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 아래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3개의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제주시을) 의원이 제주시를 동서로 분리하는 데 반대해 일명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하며 제주도의 추진안에 제동을 걸었다.
행안부 장관은 지역 내 이견 정리가 선행돼야 개편에 필요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제주도의회가 발표한 도민 여론조사에서는 ‘제주시·서귀포시 2개 구역’에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자는 의견(40.2%)이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구역’(28.4%) 의견보다 높게 나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