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저지른 뒤 피 묻은 얼굴로 ‘하하’ 터뜨리는 웃음, 수형복 차림의 푸석거리는 얼굴에 띄우는 오묘한 표정…. 배우 고현정이 35년 연기 인생에서 가장 파격적인 모습으로 변신했다. 5일 첫 방송되는 SBS 새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을 통해서다.
고현정은 극 중 과거 5명의 남자를 살해해 ‘사마귀’라는 별명이 붙은 연쇄살인마 정이신 역을 맡았다.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안 해본 역할이라 더 반가웠다”며 “장르물이라서 욕심이 났고, 변영주 감독과도 작업해 보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꾸밈없이 피폐한 극 중 모습은 되레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배우로서 또 하나의 새로운 옷을 입는 셈”이라면서 “작품에서 너무 예쁘게 나오면 오히려 부담된다. 실제로는 그렇게 예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으니까”라며 웃었다.
대본을 읽자마자 고현정을 떠올렸다는 변 감독은 “오래전부터 고현정의 팬이었다. ‘엄마의 바다(MBC·1993) ‘작별’(SBS·1994)에 나온 그를 사랑했다”면서 “고현정이 이신 역을 맡으면 ‘상상해 본 적 없는 얼굴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드라마는 이신이 20여년 만에 출소한 이후 모방범죄가 발생하고, 이신의 아들인 형사 차수열(장동윤)이 사건 해결을 위해 평생 증오해 온 엄마와 공조수사를 벌이는 내용의 범죄 스릴러다.
고현정은 까마득한 후배 장동윤에 대해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예쁜 배우가 있을까’ 생각했다”며 “촬영할 땐 배우 대 배우로서 많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장동윤은 “올 타임 레전드인 선배님과 연기하며 소름 돋은 적이 많다. 이 역할에 다른 배우는 상상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사마귀’ 촬영 당시 고현정은 건강 악화로 수술 및 병원 진료를 위해 수주간 촬영을 중단했었다. 그는 “많은 배려를 받았다. 배우들이 기막히게 멋진 분들이라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그래서 이 작품에 더 애정을 갖게 된다. 저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드라마가 아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한마음으로 만들었기에 더 많은 분들께 선보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