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1번’최예본 “아침 5시30분에 나왔다 연습 잘하고 갑니다”

입력 2025-09-04 17:28
4일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이천에서 열린 KLPGA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대기 1번으로 아침 일찍 나왔다가 불참자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대회 출전이 무산된 최예본. KLPGA

“내년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기회가 주어지는 남은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야죠.”

이른 아침에 골프장에 나갔다가 기권 선수가 나오지 않아 씁쓸한 마음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 최예본(22·넘버원리얼티 디앤씨)의 각오다.

최예본은 2025시즌 시드 순위 30위다. KLPGA투어는 시드전 20위대 초반까지 그 이듬해 전경기 출전권을 준다. 그런 이유로 최예본은 올해 KLPGA투어와 2부인 드림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시즌에 KLPGA투어에서 활약한 최예본은 성적부진으로 작년에는 드림투어에서 재기를 노렸다. 드림투어 상금 순위 20위 이내에 들었으면 그는 올 KLPGA투어 시드를 획득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21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드권자 중에서 기권자가 나오면 대회장에서 대기했다가 출전 기회를 잡는다고 해서 조건부 시드권자는 ‘대기자 신분’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예본은 4일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이천(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에 대기 순번 1번이었다. 한 명이라도 기권하면 가장 먼저 출전권이 주어지는 위치였다.

그래서 그는 새벽 4시30분에 기상해 5시30분에 대회장에 도착, 하염없이 불참자가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오후조 마지막팀 티오프 시간인 13시14분까지 기다렸지만 불참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바람에 그는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뿐만 아니다. 대회 공식 연습 라운드 때도 출전을 가정하고 출전 선수들과 똑 같이 코스를 샅샅이 체크해야 한다.

최예본은 “연습 잘하고 간다”라고 씁쓸한 웃음을 내보이며 “새벽부터 나와 ‘제발 불참자가 나왔으면…’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이어서인지 불참자는 없었다. 다시는 이런 쓰라린 경험을 하지 않도록 올 시즌 출전 가능한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최예본은 올 시즌 16개 대회에 출전해 현재 상금 순위 42위다. 이 순위를 시즌 최종전까지 유지하면 시드전을 거치지 않고서도 내년 시드를 획득하게 된다.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높다.

그는 지난 3주간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공동 6위, 지난주에 끝난 제14회 KG 레이디스 오픈 공동 7위 등 2차례 ‘톱10’ 입상이 있다.

최예본은 “상반기 때와 샷감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라며 “다만 퍼트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하반기 대회에는 3개 대회 정도 출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 감만 유지된다면 무안(시드전)에는 안가도 될 것 같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천=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