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 주식 투자? 본질에 충실하면 문제 안 돼”

입력 2025-09-05 00:02
이덕락 포스코 고문이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주식에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신앙심이 떨어지고 직장생활이 태만해지는 건 아닙니다. 개별 종목 투자와 단기 투자를 지양하면 됩니다.”

최근 ‘천천히 부자되기’(쿰란출판사)를 펴낸 이덕락(65) 포스코 고문이 조언한 기독교인을 위한 주식 투자 비법이다. 이 고문은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경건한 이들일수록 주식을 ‘일만 악의 뿌리’라며 멀리하는 모습을 교회서 자주 봐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서울은혜교회(박완철 목사)에 출석 중인 그는 “신학자는 아니지만 주식을 하느냐 마느냐는 기독교인에 있어 본질적 문제는 아니라 본다”고 했다. “돈이 아닌 사명이란 본질을 따라 산다면 주식 투자 여부는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 고문은 포스코 부사장을 지낸 공학자다. 주로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했던 그가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포스코 퇴직 후 3년간 포항공대 법인 부이사장을 지내면서부터다. 그는 “기금 관리 업무의 책임자로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해외 유명 주식 서적을 2년 가까이 공부했고, 기독교인에게 알맞은 투자법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추천하는 건 ‘상장지수펀드(ETF) 위주의 투자’와 ‘생애(장기) 투자’다. 그는 “지난 200여년 간 미국 주식이 평균적으로 매년 8.1%씩 복리로 올랐다”며 “앞으로 그랬듯 세계 경제는 신기술 개발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꾸준히 ETF 투자를 하면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확천금을 위해 급등하는 주식을 찾아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이들이 적잖은데 개별 주식은 주가 등락이 커 온종일 주식에만 사로잡히게 된다”며 “단기 투자 역시 주가 변화에 민감하기에 삶 전체가 주식에 얽매일 위험이 있다. 코인 투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직장인을 위한 구체적 투자법으로는 “월급의 10~30%를 떼 ETF에 투자할 것”을 제시했다. 이 고문은 “매달 적립하듯 사 모을 것을 추천한다. 목돈을 일시에 투자하기보다 조금씩 투자하라”고 권했다. 은퇴자에게는 “ETF도 좋지만 현금 흐름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배당금이 높은 주식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ETF 투자로 20% 정도 이익을 얻고 있다”며 “조급함과 욕심을 내려놓고 평생 투자 개념으로 ‘깨끗한 부자’가 되는 기독교인이 늘길 바란다”고 했다.


책에는 그의 40여년 직장 경력에서 나온 ‘기독교인을 위한 처세술’도 담겨있다. 이 고문은 “직장생활 중 과정이 정당하고 깨끗해 타인에게 본이 되는 성공은 ‘승리’나 마찬가지”라며 “기독교인은 직장에서 성공을 넘어 승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