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설레는 사극…상승세 탄 ‘폭군의 셰프’ 인기 이유는

입력 2025-09-04 17:09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의 한 장면. tvN 제공

어느 날 조선시대에 뚝 떨어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셰프 연지영(임윤아). 정신을 차린 그가 마주친 이는 폭군으로 악명이 자자한 왕 이헌(이채민)이다. 궁으로 끌려간 연지영은 수라간을 총괄하는 대령숙수 자리에 오른다. 파스타로 차린 수라상 앞에서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전하, 이건 이탈리아어로 파스타라고 하고 반죽이라는 뜻을 가진 음식입니다.” “이딸라로 뻐스타라?”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잘 차려진 뷔페 같은 작품이다. 타임슬립(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사극으로 풀어내면서 달달하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버무려냈다. 찰떡같은 연기와 탁월한 연출이 더해지며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달 23일 첫 회 4.9%(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2회 6.6%, 3회 7.6%, 4회 11.1%로 성큼성큼 뛰어올랐다. 올해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다.

‘폭군의 셰프’는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발표한 8월 4주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 차지했다. 주연 배우 임윤아는 TV 종합 출연자 화제성 부문 1위에 올랐다. 해외 반응도 예사롭지 않다.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폭군의 셰프’는 전날 기준 한국, 일본 등 29개국 시청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91개국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의 한 장면. tvN 제공

소재나 장르가 새로운 건 아니다. 요리 소재의 사극은 ‘대장금’(MBC)부터 떠오른다. 타임슬립 사극은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SBS) ‘철인왕후’(tvN) 등이 있었다. ‘폭군의 셰프’가 차별화에 성공한 지점은 그 모두를 한데 모으며 로맨틱 코미디 문법을 더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더불어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재미를 준다.

후궁 강목주(강한나)와 이헌의 숙부 제산대군(최귀화)이 꾸미는 궁중 암투도 극적 재미를 더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4일 “K컬처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전통 복식이나 음식 문화 등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볼거리를 모아놨다”며 “궁중 암투와 요리 경합 구도, 로맨스 등 시청자가 재미를 느낄 만한 흥행 요소가 다 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웃음 코드를 강조한 점이 주효했다. 인물 간 시대 차이에서 빚어지는 코미디 비중이 높다. 가령 연지영의 현대어를 이해하지 못한 이헌이 ‘셰프’를 ‘세포’로, ‘오뜨 퀴진’(프랑스 고급 요리)을 ‘어떡하지’ 등으로 잘못 알아듣는 장면에서 여지없이 웃음이 터진다.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의 한 장면. tvN 제공

역할에 녹아든 배우들의 연기는 활기를 불어넣는다. 임윤아는 영화 ‘공조’ ‘엑시트’ 등에서 선보여 온 코믹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다. 당차고 쾌활한 연지영 캐릭터가 극의 색깔이 된다. 신예 이채민은 기대 이상의 캐릭터 소화력과 신선한 마스크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화룡점정은 장태유 감독의 연출력이다. 사극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와 판타지 로맨스 ‘별에서 온 그대’(이상 SBS) 등 전작에서 입증된 그의 장기가 총망라됐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시공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연출력이 돋보인다”며 “다소 빤한 내용을 새롭게 해석해 풀어내는 방식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공 평론가는 “훌륭한 연출 덕에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가며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됐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