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으로 쫓겨난 ‘세종시 흉물’ 케데헌 열풍에 부활하나

입력 2025-09-04 15:41
'흥겨운 우리가락' 동상. 연합뉴스

한때 ‘저승사자상’ 논란 끝에 세종시 지하주차장으로 쫓겨났던 조형물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적 흥행과 함께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정부세종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철거된 금속 동상 ‘흥겨운 우리 가락’을 다시 외부 설치하는 방안을 실무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 동상은 2014년 12월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앞에 설치됐던 것으로, 한복 차림에 갓을 쓴 남성이 '한량무' 전통 춤사위를 펼치면서 양팔을 벌려 날아오르는 형상을 표현했다.

2015년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앞에 설치된 금속 조형물 ‘흥겨운 우리가락’은 한복 차림에 갓을 쓴 남성이 한량무 춤사위를 펼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원래 취지는 전통무용의 우아함과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린다는 것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차가운 금속 재질과 밤 조명, 특유의 표정이 겹치며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지나가다 깜짝 놀랐다”는 민원이 이어졌고, 약 1억5000만원이 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혈세 낭비’ 논란도 커졌다.

결국 이 동상은 2019년 설치 5년 만에 철거됐다. 이후 해당 동상은 현재까지 정부세종청사 지하주차장에 임시 보관 중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 흥행을 기록하면서 영화 속 ‘사자보이즈’ 캐릭터가 이 조형물과 닮았다는 입소문이 온라인에서 번지기 시작했다. “세종시 저승사자 동상도 창고에서 다시 꺼낼 때가 됐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국민신문고에는 실제로 동상 재설치 요구 민원도 1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세종청사관리본부는 이런 분위기를 인지하고 실무적으로 재설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유행이 일시적일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재설치가 결정될 경우, 장소는 문화예술진흥법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