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홈페이지의 역대 육군 참모총장 소개란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전 총장이 누락된 사실이 4일 확인됐다. 박 전 총장뿐 아니라 1979년 12·12 군사반란에 가담했던 이종구(27대), 박희도(26대) 전 총장도 목록에서 삭제됐다. 군 당국이 이재명정부의 ‘내란 종식’ 기조에 따라 12·3 비상계엄, 12·12 군사반란 관련자들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육군본부는 홈페이지 역대 총장 명단에 제51대 박안수 총장을 기재하지 않았다. 박 전 총장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계엄사령관을 맡은 인물이다. 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김규하 신임 총장은 직무대리 상태”라며 “박 전 총장은 기소휴직으로 군사법원 재판을 받고 있어 내달 전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으로는 박 전 총장이 현직 총장이라는 취지의 해명이지만, 홈페이지 소개란에 현 총장은 직무대리격인 김규하 총장으로 적시돼 있다. 박 전 총장의 이름은 전·현직 총장 명단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육군은 3일 29대 김진영, 27대 이종구, 26대 박희도, 25대 정호용, 24대 황영시, 23대 이희성 전 총장도 역대 총장 목록에서 삭제했다. 이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 신군부 일원으로 12·12 군사반란에 가담했다. 육군본부 홈페이지는 22대 정승화 총장 이후 다음 총장을 28대 이진삼 총장으로 소개했다.
육군이 계엄, 군사반란 가담자들을 일괄적으로 역대 총장 목록에서 삭제한 것은 이재명정부의 ‘내란 종식’ 기조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내란 종식’을 최우선 국방 개혁 과제로 내세우며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을 처벌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와 관련해 육군은 “내란 죄로 형이 확정되면 예우·홍보목적으로 사진을 게시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따라 23~27대, 29대 총장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도적 삭제를 두고 정부가 내란 종식을 명목으로 노골적인 ‘역사 지우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사진 게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당시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김 전 부장 사진은 육군 3군단과 6사단의 역사관에 다시 걸렸고 해당 부대 공식 홈페이지에도 소개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