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목회자 3명 중 1명이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한 가운데 여전히 ‘믿음으로 견뎌야 한다’는 문화가 목회자의 마음돌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진 4611MindLab 대표는 4일 2025 국민미션포럼에서 ‘목회자의 마음돌봄-번아웃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역으로’를 주제로 발표하며 “목회자도 감정이 있는 인간이다. 감정을 돌보는 것은 믿음 없음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 진정성을 더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마음돌봄은 감정을 안전하게 나누고, 생각을 건강하게 전환하며 실질적 행동으로 이뤄지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정을 “신학적으로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 심리학적으로는 내면의 경고등”이라 정의하며 이를 무시할 경우 번아웃·공감 피로·관계 단절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실제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33%가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했으며, 예장통합총회 조사에서도 대형교회 목회자의 47%가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는 “목회자는 겉으로는 성도와 웃고 울지만 집에 돌아가면 고독과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며 “그러나 감정을 드러내면 믿음이 약해 보이거나 성도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억누르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감정 인식 △안전한 관계 맺기 △경계 세우기 △전문적 도움 받기를 목회자의 마음돌봄 4단계로 제안했다. 또한 교단의 목회 코칭센터 운영, 교회의 마음돌봄 필요성 교육, 사회와 언론의 인식 개선 캠페인 등 3가지 회복 전략도 제시했다.
정 대표는 지난 5년간 목회자와 자살 유가족, 파산기업인 등 600여명이 참여한 ‘마음의집’ 돌봄 운동을 이어왔다. 이는 4명이 한 조를 이뤄 매주 한차례 6개월간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해 심리적 안전망 속에서 나눔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목회자들은 ‘세상이 밝아졌다’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에서 주님의 은혜를 경험한다’고 고백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목회자가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하고, 교회가 건강해야 세상이 밝아진다”며 목회자 마음돌봄이 한국교회 회복의 출발점임을 거듭 강조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