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복지예산 1조5000억원 시대에 교회가 또 다른 복지관을 만들어야 할까요?” “자녀장려금 200만원 받은 목회자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만나교회 섬김국장 이용주 목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열린 ‘2025 국민미션포럼’에서 던진 질문이다. ‘돌봄, 세상과 교회를 잇다’는 주제로 열린 국민미션포럼에서 사례 발표자로 나선 그는 기존 교회 돌봄 사역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이 섬김국장은 ‘어제에서 내일로 이어지는 오늘의 준비’ 제목의 발제에서 “성남시 전체 예산 4조원 중 40%에 달하는 1조5000억원이 복지예산”이라며 “교회가 국가 복지사업과 중복된 역할을 반복하기보다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섬김국장은 최근 자녀장려금 제도를 알게 된 경험을 예로 들며 “저소득가구 자녀 양육 지원을 위한 제도임에도 정보 부족으로 혜택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자녀장려금은 총소득 7000만원 미만 가구에 자녀 1인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만나교회의 대표적인 사역인 ‘만나복지코디’는 정부와 민간기관, 교회 자원을 통합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복지정보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청 대상자는 복지·의료·법률 정보를 찾기 어려운 정보탐색 취약자, 실직·질병·가정폭력 등으로 생활이 불안정한 위기상황 경험자, 도움 요청이 어려운 사회적 고립자,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 거주자, 자녀 문제로 상담이 필요한 자 등이다.
성남시복지국, 성남시청소년재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한 만나복지코디는 지난해 4월 시작 후 현재까지 80여명이 도움을 받았다. 실제 사례를 보면 50대 여성 신청자는 가족 문제와 건강 악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나 행정복지센터 사례관리사와 연계를 통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됐다. 또 다른 50대 여성은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긴급의료지원비 300만원을 지원받고, 어머니 요양등급 신청을 통해 가족 요양비 월 40만원과 복지 용구 설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만나교회는 무료급식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따숨밥상’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성남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3만1691명, 저소득층 및 한부모가정 6362명을 위해 경로 식당 27개소와 저소득층 식사배달업체 19개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이 존재한다는 판단에서다.
태평2동의 경우 저소득층 3282명 중 약 350명이 무료급식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만나교회는 지역교회, 행정복지센터와 3자 협력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정은 ‘한 셈 치고’ 헌금으로 마련한다. ‘커피 한 잔 마신 셈 치고, 식사 한 끼 한 셈 치고’라는 표어로 성도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265만명 중 미등록자가 39만7천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만나교회는 이주민 의료지원 사역에도 힘쓰고 있다. 이주민 건강검진 사업은 2022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16회차에 걸쳐 1616명의 검진을 지원했다. 지난해에 한 검진 대상자가 췌장암을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청년세대를 위한 ‘스페이스 품’ 사역은 주거 및 신앙훈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어머니의 품’(휴식공간)과 ‘아버지의 품’(신앙훈련)을 제공하며 오는 10월 완공 및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역의 특징은 기부 형태의 사역이라는 점이다. 일회성 헌금이나 교회 예산 대신 고정 부스를 설치해 기부 안내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성도들이 자신의 사연을 나누며 참여하는 방식으로 물질적 기부를 넘어 마음까지 함께 전달되는 사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섬김국장은 “각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사명과 역할이 다를 수 있기에 만나교회의 사례가 모든 교회의 모범사례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어제에서 내일로 이어지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오늘의 한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