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70대면 아직 젊은 겁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서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0세까지 장수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인간 장기는 끊임없이 이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사적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생중계 화면을 통해 포착됐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두 정상의 대화는 이날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도중 나왔다.
생중계 화면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열병식을 지켜보기 위해 톈안먼 망루로 이동하는 모습이 잡혔고, 이 과정에서 두 정상의 사담이 ‘핫마이크’를 통해 공개됐다. 핫마이크는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나눈 대화가 의도치 않게 중계된 상황을 뜻한다.
공개된 장면에 따르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중국어로 “요즘 70대면 아직 젊은 것”이라며 운을 뗀다. 이에 러시아 통역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예전에는 사람들이 70세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요즘 70세는 아직 어린이다”라며 뜻을 풀어서 전달한다.
잠시 후 두 정상이 톈안먼으로 향하는 경사로를 걸을 때 푸틴 대통령이 대동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어 통역사가 시 주석에게 “몇 년 후에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체 장기를 지속해서 이식할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은 점점 젊어지고 심지어 불사의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시 주석은 “일각에서는 이번 세기에 인간이 150살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정상은 올해 70대를 넘긴 동년배다. 시 주석이 1953년 6월, 푸틴 대통령이 1952년 10월 출생이다. 이들이 장수와 불멸, 인간의 생명 연장에 관한 사담을 주고받는 장면이 중계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화 유출이 의도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 거주하는 정치 평론가 차이선쿤은 프랑스 RFI 방송 인터뷰에서 “장기 이식과 인류 수명 150세를 언급하는 부분의 음성이 매우 또렷하고 앞뒤 맥락이 분명하다”며 “생방송 중 실수나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독재자가 물러날 생각이 없으며 자신들의 통치가 장기간 이어질 것임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해당 장면에 대해 러시아 정부, 중국 외교부, 중국 CCTV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별도의 공식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