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항공사, 조종사 ‘수염’ 금지 규정 만지작…이유는?

입력 2025-09-04 06:00 수정 2025-09-04 10:02

호주 대형 항공사 콴타스가 조종사의 수염을 금지하는 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항공 전문 매체 심플 플라잉을 인용해 콴타스항공이 조종사가 근무 중 깨끗이 면도한 얼굴을 유지해야 하는 규정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이 규정은 콴타스항공 본사와 저비용 항공사인 젯스타에서 시행 중이다. 콴타스항공 측은 단순한 용모 단속이 아닌, 비상 상황에서 산소마스크의 밀착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 조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영국 방산업체 키네틱의 보고서에 따르면 얼굴에 수염이 있으면 마스크 착용 시 밀폐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규정을 지역 노선을 담당하는 콴타스링크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호주·국제조종사협회(AIPA)는 이 규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협회는 “객실 승무원들에게는 복장과 용모에 현대적 유연성을 보장하면서 조종사들에게 과학적 근거도 없는 ‘구시대적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비판했다.

이어 “만약 안전상의 이유로 수염이 금지된다면 수염을 허용하는 카타르항공·하와이안항공 같은 공동 운항사 조종사들과 함께 운항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2024년 미국 플로리다의 엠브리-리들 항공대학의 연구에서는 수염이 산소마스크 착용이나 조종사의 업무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혀 협회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콴타스항공은 이 연구 결과를 키네틱 측에 전달해 추가 검토를 요청하고, 조종사들의 의견도 수렴 중이다. 최종 결정은 수 주 내 내려질 전망이다. 앞서 콴타스항공은 2016년에도 조종사의 긴 콧수염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용모 규정을 운영해 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