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사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이번 공습은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반서방 연대’를 과시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밤새 이어진 이 공격으로 동부, 서부, 남부 등 주요 도시가 피해를 입었다. 중부 키로보흐라드주에서는 철도 노동자 4명을 포함해 5명이 다치고 주택 28채가 파손되는 등 주요 기반시설이 파괴됐다.
서부 체르니히우주는 기반시설이 피격돼 3만명에게 전력 공급이 끊겼다. 서부 도시 흐멜니츠키는 도로와 아파트 등이 파손됐다. 이바노프란키우스크는 9000㎡에 달하는 저장시설이 불길에 휩싸였다.
동부 전선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코스티안티니우카에서는 남성 5명과 여성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고 바딤 필라슈킨 주지사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하룻밤 사이 드론 502대와 미사일 24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중 드론 430대와 미사일 21발을 요격했으나 나머지 공격으로 전국 14개 지점이 타격을 입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SNS에서 “명백히 과시적인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푸틴이 자신의 면책특권을 과시하고 있다”며 “전 세계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 내 외교 활동에 집중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북유럽·발트해 정상회의’에 참석해 “러시아가 종전 노력을 거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라고 비판하며 국제사회의 압박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주재하는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이동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이한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정 체결 시 우크라이나에 안전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됐으며, 이제 정치적 승인만 남았다”면서도 “문제는 러시아의 진정성”이라고 꼬집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