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미국 언급 안 해 놀랐다…북·중·러 정상과 관계는 좋아”

입력 2025-09-04 04:52 수정 2025-09-04 05: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벌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3일(현지시간) “매우 놀랐다”고 했다. 트럼프는 전날 중국이 미국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시 주석이 이를 언급하지 않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여전히 북한·중국·러시아 정상과 개인적 인연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승절을 계기로 다소 미묘해진 기류도 감지된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중·러가 미국에 대항해 음모를 꾸민다는 전날 게시글에 대해 질의를 받자 시 주석의 전승절 연설을 먼저 언급했다. 트럼프는 “어젯밤 그 연설을 봤다. 시 주석은 내 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이 그 연설에서 반드시 언급됐어야 했다”며 “우리는 중국을 매우 많이 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중국이 자유를 얻는 데 미국이 도움을 줬다는 점 인정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일본을 패망시켜 중국을 도왔지만 중국 전승절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전날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외부의 침략자로부터 중국에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막대한 지원과 피를 흘린 사실을 시진핑 주석이 언급할 것인가가 가장 큰 질문”이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전승절 열병식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행사였고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나는 그들이 왜 그것을 하는지 이유를 알고 있다. 그들은 내가 보기를 바랐을 것이고, 나는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세 정상과의 인연도 다시 강조했다. 트럼프는 “나는 그들 모두와 관계가 매우 좋다”며 “얼마나 좋은지는 앞으로 1∼2주 사이에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15일 알래스카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시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각각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날 트럼프는 세 정상이 전승절을 계기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을 두고 “당신들은 미국에 대항해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은 공교롭게도 전승절 기념 직후인 이날 펜타닐 원료 제조에 연루된 중국의 화학업체를 제재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인을 상대로 한 합성 오피오이드 제조와 판매에 관여한 혐의로 중국 화학업체 광저우 ‘텅웨’와 이 회사 대표자 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타미 피곳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에 유통되는 수많은 불법 약물의 근원지를 차단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미국) 국민을 중독시키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확대하고 있다”며 “재무부의 조치는 합성 마약이라는 치명적 재앙을 종식시키고 텅웨와 같은 기업 및 대표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법 집행과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이 펜타닐의 원료인 합성 오피오이드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원인으로 합성 오피오이드를 꼽은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