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 띄워 필리핀 도피사범 49명 송환… 16년 도망 다닌 횡령범도

입력 2025-09-03 17:32 수정 2025-09-03 18:32
필리핀에서 송환된 한국인 피의자들이 3일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호송되고 있는 모습. 경찰청 제공

경찰이 필리핀으로 도피한 보이스피싱 사범 등 49명을 한국으로 강제 송환했다.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규모의 해외 도피 사범 송환이다. 대규모 인원 송환 과정에서 전세기까지 투입됐다.

경찰청은 필리핀으로 도피한 피의자 49명(남성 43명, 여성 6명)을 국내로 송환했다고 3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 사범이 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도박 개장 등 사이버범죄 사범은 17명, 특수 상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3명이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 필리핀 세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손도끼로 공격해 1000만원을 갈취한 일당이 포함됐다. 횡령, 외국환거래법위반, 조세범처벌법위반, 성폭력처벌법위반 사범도 각각 1명씩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송환된 피의자들의 사기 범죄로 피해를 입은 국민은 1322명, 합산 피해액은 605억원에 달한다. 도박을 개장한 피의자들의 불법 도박 사이트 자금 규모는 10조7000억원이다. 송환 대상의 평균 도피 기간은 3년 6개월로 조사됐다. 도피 기간이 가장 긴 피의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에서 회사 자금 200억원을 빼돌린 횡령범으로, 16년간 필리핀에 은신했다. 인터폴 적색 수배서가 발부된 대상자가 45명에 달한다.

경찰은 대규모 송환 작전을 위해 4개월간 국내외 관계부처와 협력했다. 경찰청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세관, 외교부 등 10여곳과 범정부 차원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필리핀에 담당자를 파견, 현지 이민청장과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송환을 위해 국내 경찰관과 의료진 130여명을 투입하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대태러기동대 등 경비 경력 100여명을 배치했다.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는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필리핀은 더는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이번 대규모 송환 작전을 통해 해외를 도피처로 삼아 법망을 피하려는 범죄자들에게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