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암호화폐 시세조종 행위를 벌인 혐의자들이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당국은 또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부당이득 환수를 위해 혐의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정례회의에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혐의자들을 고발하고 부정거래 행위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다수 종목의 가격을 상승시켜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고래 투자자’(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코인을 매매하는 투자자)의 시세조종 사건과 SNS를 통해 코인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이득을 취한 부정거래 사건, 코인거래소 내 시장 간 가격 연동을 악용한 부정거래 사건 총 세 가지에 대한 것이다.
첫 번째 사건에서 혐의자는 한 코인 거래소에서 수백억원을 동원해 여러 코인을 대량으로 선매수한 뒤 거래가 성황인 것처럼 외관을 형성했다. 해당 코인의 가격을 상승시키기 위해 고가 매수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집중적으로 제출했고 이후 매수세가 유입되자 보유 물량을 전량 매도했다. 혐의자는 이 거래를 통해 단기간에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 사건은 금융당국이 코인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자체 인지해 조사한 사례다.
SNS를 이용한 사건은 혐의자가 코인을 먼저 매수한 뒤 SNS에 이 코인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호재성 정보를 허위로 공시, 게시한 사건이다. 해당 코인의 매수를 권유하면서 매수세를 유인했다. 이후 가격이 상승하자 보유하고 있는 코인을 모두 매도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금융당국이 최초로 과징금을 부과한 세 번째 사건은 코인마켓 간 가격 연동 구조를 악용한 사례다. 혐의자는 테더마켓에서 자전거래(보유한 코인을 스스로 사고파는 것)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을 급등시켜 비트코인마켓에서 거래되는 다른 코인들의 원화 환산 가격이 오른 것처럼 보이도록 왜곡했다.
테더마켓과 비트코인마켓은 업비트나 빗썸 등 원화로 코인을 거래하는 원화마켓과 달리 각각의 코인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다. 통상 비트코인마켓에서 A코인 원화 환산가를 보여줄 때 테더마켓에 상장된 비트코인 가격을 참조하는 구조라서 테더마켓의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비트코인마켓의 원화 환산가도 오른다.
이에 비트코인마켓에서 A코인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착각한 피해자가 저가에 코인을 매도해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금융당국은 “이 건과 관련한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부당이득을 환수하기 위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최초로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행위자의 동기, 위반 행위가 시장에 끼친 영향, 전력자 여부 등을 고려해 부당이득을 웃도는 수준으로 과징금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코인 거래소에 원화 환산가를 표시할 때 국내 원화거래소 평균 가격도 함께 표시하도록 개선 조치를 시행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불공정거래 징후를 포착하기 위해 조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건전한 거래 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엄중히 조사·조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