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저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의 청년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에 나섰다. 그는 “독창적이지 못하면 AI(인공지능)에게 대체 당할 수 있다”며 “작가 스스로가 대체될 수 없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르베르는 3일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단독 특강을 열고 자신의 오랜 창작 경험을 바탕으로 스토리 발굴 방식, 상상력의 원천, 독창적 글쓰기 비법을 미래 작가들에게 전했다.
1994년 첫 방한 이후 10번째로 한국을 찾은 베르베르는 지난 30여년간 한국 독자들과 교류해왔다. 특히 2019년 ‘죽음’, 2023년 ‘꿀벌의 예언’ 출간 기념행사 등을 통해 내한하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올해도 신작 ‘키메라의 땅’ 출간과 함께 지난달 방한했다.
이날 베르베르는 먼저 “한국 영화 중 ‘추격자’를 인상 깊게 봤다”며 “여러분도 이 영화 같은 ‘클라이맥스’를 작품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격자 결말을 보고 화가 났다. 이렇게 끝나면 안 되는데 하면서 감독과 제작자를 만나 따지고 싶을 정도였다”며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만큼 내가 이 작품에 몰입하고 있더라. 작가라면 이런 흡입력을 끌고 올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베르베르 작가는 “사람들이 여러분의 작품을 읽고 그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며 “여러분의 이야기가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보다 더 기억에 남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려면 굉장히 독창적이고 특수한 설정이 필요하다”며 “이런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자리를 챗GPT에게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꿈을 기반으로 많은 이야기를 써왔던 베르베르 작가는 자신 만의 꿈 노트 작성 방법도 공개했다. 그는 “우리가 자는 동안 굉장히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오롯이 자기 자신만 존재하는 순간”이라며 “많은 경우 제 꿈은 제가 가진 두려움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데, 내 통제를 벗어난 뇌가 하는 일을 기록을 통해 짧은 영화를 만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청년 창작자들은 현장에서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글쓰기 루틴’, ‘방대한 세계관 구축 방법’,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소재를 선택하는 기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기 위한 덕목’ 등 현실적인 고민을 질문했다. 베르베르 역시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이날 특강은 서울시가 2023년부터 웹툰·웹소설 청년 창작자 양성을 위해 운영 중인 ‘상상비즈아카데미’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됐다. 상상비즈아카데미는 지난 2년간 총 345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이 중 198명이 제작사와 계약하거나 에이전시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은 “이번 특강은 세계적인 스토리텔러와 미래의 K-콘텐츠를 이끌어갈 예비 작가들이 직접 소통하는 매우 특별한 기회”라며 “앞으로도 서울시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청년 작가들이 세계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