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미리가본 2025청주공예비엔날레 4일 개막

입력 2025-09-03 14:26 수정 2025-09-03 15:01

세계 공예 문화의 향연인 2025청주공예비엔날레가 4일 개막해 11월2일까지 60일간의 여정에 나선다. 옛 담배공장에서 문화공장으로 변모한 청주 문화제조창에 전 세계 문화예술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행사장인 문화제조창을 찾았다. 머리는 닭, 발가락은 코끼리, 꼬리는 뱀을 표현한 독특한 작품을 가장 먼저 접했다. 1층 매표소에 위치한 이 작품은 인도 작가 보이토의 ‘나바군자라’로 가로 210㎝ 세로 122㎝ 높이 260㎝로 웅장하다. 청주공예비엔날레와 영국 맨쳐스터의 휘트워스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로 청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후 2026년 2월 인도 뉴델리, 2027년 7월 영국 맨체스터로 순회한다.

오가영 전시팀장에게 놓칠 수 없는 작품을 꼽아달라고 하니 본전시관에 마련된 ‘검은산’으로 안내했다. 홍익대 동문회인 홍림회가 지난 3월 산불로 잿더미가 된 1000년 고찰인 경북 의성의 고은사 잔해를 전시했다.

홍림회장인 오준식 디자이너는 “숯 공장으로 보내지는 산불로 피해를 입은 나무들을 가치 있게 쓰이는 사례를 만들고 산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산불 피해목으로 고운사를 다시 세우고 백두대간에 새로운 다양성의 숲이 다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도자, 유기, 금속, 나무에 옻칠을 더한 밥 그릇을 소개한 작품도 추천했다. 옻칠, 백자. 분청, 유기 등 다양한 밥 그릇이 눈길을 끌었다. 오 팀장은 “쌀을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를 되짚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쌀과 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중심에 두고 이를 매개로 공동체의 협력과 나눔에 대해 성찰한다”고 전했다.

올해 공예비엔날레는 72개국 1300여명의 작가들의 작품 2500여 점으로 규모만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공예도시 청주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분야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 행사로 1999년부터 격년제로 열리고 있다. 올해로 14번째 개최된다. 1337년 청주 흥덕사에서 탄생한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전 세계에 알리고 청주를 공예 산업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 주제는 ‘세상-짓기’로 생명이 가진 모든 존재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윤리적 실천을 통해 또 다른 문명의 지도를 그리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태국 초대국가전과 청주국제공예공모전, 국제학술회의, 공예마켓, 대한민국미술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현대자동차의 신규 프로젝트로 국내외 예술 기관들이 상호 협력해 공동 전시를 선보이는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개막식은 4일 오후 5시30분 문화제조창 야외광장에서 개최된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9월 4일 세계공예도시 청주는 세상과 공예의 가치를 연결해 공예로 새로운 세상을 짓는 역사적인 현장이 될 것”이라며 “환경을 생각하는 공예, 공동체를 위한 공예, 사회적 갈등과 문명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예를 지향하는 청주가 준비한 60일간의 공예 향연에 초대한다”고 말했다.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 집행위원장은 “27년의 역사를 쌓아온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며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이제 K-공예의 대명사이자 세계 공예의 살아 숨쉬는 역사”이라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