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중학생 M은 게임에 빠져 방에서만 지낸다. 학교에서도 어울리는 친구들이 없고 무기력하게 잠만 잔다. 학교도 자주 빠진다. 가더라도 조퇴하기가 일쑤다. 차츰 친구들은 조별 활동을 할 때도 M과 같은 조가 되면 한숨을 쉬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수록 M은 그런 활동이 있는 날은 더욱 등교하지 않으려 한다. 자신은 친구들에게 별로 관심도 없으며, 더 잘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어 학교를 가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치료도 받기 싫다고 했다.
청소년들에게서 아주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억지로 부모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기는 했으나 문제를 부정하고,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면서 치료를 거부하는 거다. 이들을 치료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치료의 동기를 부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M에게 물었다. “만약에 엄청난 마법으로 특별한 능력이 생겨, 일주일에 한 번 만 사용할 수 있다면 무슨 요일 몇 시에 사용하고 싶은지”고 물었다. M은 수요일 저녁에 사용하고 싶다고 하였다. 왜냐고 물으니 “마법으로 노래를 잘하게 되면 수요일 저녁에 교회 성가대에 가서 노래하고 싶긴 해요” “노래를 좋아해요. 그리고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성가대에 참가해서 노래를 잘하면 일원으로 받아주고 무엇보다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M은 상처받기 싫어서 친구들을 회피하고 있었지만 내심 소속감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거다.
M과의 대화이다.
치료자 : 소속감에 끌리는 것을 보면, 예전에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네요.
M : 오래전 일이에요.
치료자 : 얼마나 오래 전이죠?
M : 전부 엉망이 되기 전에, 지금처럼 학교도 안 가고 따돌림도 없이 잘 지냈을 때요.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하던 때요······저는 그때 축구를 좋아했고 달리기를 잘해서 공을 잘 잡아서 패스했죠. 어시스트를 해서 우리가 득점하고 제가 골을 넣어 이겼을 때는 우리가 정말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치료자 : 팀의 일원이 된 기분이 어땠나요? 그 느낌이 어땠는지 몸에서 기억이 나나요?
M : (살짝 웃으며) 뿌듯하고, 가슴에서 뜨거운 느낌, 뭐 그런 게 있었죠.
치료자 : 지금 여기에서도 그 성가대에 참가할 수 있다면, ‘한 팀으로 함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까요?
M : 제가 노래를 잘해서 그들이 절 받아준다면 아마 그렇겠죠.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얘기예요. 전 그냥 혼자인 게 좋아요. 아무도 절 원하지 않아요.
치료자 : 아……. 지금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느끼는군요. 우리가 함께 노력할 수 있을까요? 축구팀의 일원이 되어 패스와 어시스트를 했던 것처럼. 우리가 함께 팀이 되어 골인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행동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요?
과거에 있었던 긍정적인 경험의 기억(기억은 마음보다는 몸이 더 잘 기억한다)을 불려 일으켜서 협력과 소속감의 경험을 우선 치료장 안에서 치료자와 함께 해보는 거다. 이것과 더불어 가족 안에서도 집안일에 협력하고 조력하며 소속감과 뿌듯함을 경험할 기회를 마련해 본다.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아마도 교회나 학교에서도 부정적인 경험을 피하려고 회피적인 행동을 하는 대신 한 발자국, 아니 반 발자국이라도 소속감이라는 가치에 다가가는 행동을 하게 할 수 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