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왼쪽 김정은·오른쪽 푸틴…66년 만에 한자리

입력 2025-09-03 09:45 수정 2025-09-03 13:2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다.

북·중·러 정상이 중국 베이징에서 함께 만난 것은 1959년 10월 신중국 건국 10주년 열병식 행사 이후 66년 만이다. 세 정상은 나란히 텐안먼 망루에 서서 미국 등 서방에 맞서는 ‘3각 연대’ 이미지도 극적으로 연출했다.

중국은 이른바 ‘괌 킬러’로 불리는 DF-26D를 포함해 ‘중국판 PAC-3’ HQ-29 요격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J-20S·J-35A 등을 대거 공개하며 무력을 과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병식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45개 부대가 참여한 가운데 약 70분 동안 진행됐다. 26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에선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초청을 받았다.

이날 열병식 전 과정은 관영 중국중앙CCTV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됐다.

오전 8시30분쯤 시 주석 부부가 열병식 참석 외빈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인민복이 아닌 양복 정장 차림의 김 위원장이 먼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푸틴 대통령이 입장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각각 대동한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를 동행하지 않았다. 다른 정상들이 배우자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은 것과 대조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3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정상들을 향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중·러 정상은 시 주석 부부가 고궁박물관 내 돤먼(端門) 남쪽 광장에서 외빈을 영접하고 기념촬영을 할 때 나란히 중심에 섰다. 이어 톈안먼 망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나란히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누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톈안먼 망루에 올라간 후에는 시 주석 뒤를 이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차례로 입장했다. 이들은 항전노병들과 인사하고 이어 본행사에서도 망루 중심에 함께 섰다.

시 주석 왼쪽에 김 위원장이, 오른쪽엔 푸틴 대통령이 자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포를 80발 발사하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하는 것으로 열병식은 시작됐다.

연설에 나선 시 주석은 항일전쟁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의 패권경쟁과 무역전쟁 속에 중국이 국제질서 수호자임을 천명했다.

시 주석은 “오늘날 인류는 다시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결, 윈윈 협력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무인기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이어 “중국 인민은 역사와 인류 문명의 진보라는 올바른 길에 굳건히 서서 평화 발전의 길을 견지하며, 세계 각국 인민과 함께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무개차에 올라 톈안먼 앞을 지나는 창안제(長安街)에 도열한 부대원들을 사열했다.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JL(쥐랑<巨浪>·거대한 파도)-3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시 주석이 “동지 여러분 안녕하신가” “동지 여러분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열병대원들은 “주석님, 안녕하십니까” “인민을 위해 봉사할 따름입니다”라며 답했다.

분열식에선 각 부대가 방진(네모꼴 형태의 진형)을 이뤄 차례로 톈안먼 광장 앞을 행진했는데, 헬기 편대를 시작으로 45개 제대가 차례로 톈안먼광장 앞을 지났다.

여러 유형의 헬기로 구성된 편대가 중국 국기를 호위하며 글자나 표어 등으로 ‘중국의 번영’ 메시지를 선보였고 그 뒤를 보병과 장비, 공중 부대 등이 뒤따랐다.

보병은 팔로군과 신사군, 동북항일연군, 화남유격대 등 중국공산당의 항일전쟁 역할을 강조하는 ‘노병’(老兵) 부대와 최신 군사력을 보여주는 현대군 부대로 구성됐다.

곧이어 육상작전·해상작전·방공·미사일·정보작전·무인(드론 및 로봇)작전·후방지원·전략타격 등 부문별로 최신 무기 체계를 과시하는 행렬이 뒤따랐으며 조기경보 지휘기 및 전투기·폭격기·수송기 등 중국 공군의 현역 기종을 아우르는 군용기들이 하늘을 날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