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증언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다시 선포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증언들이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재확인되는 모양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및 서버 확보 과정, 국회 봉쇄 및 계엄 해제 요구 방해 시도 등의 핵심 쟁점과 관련된 증인들을 잇달아 소환해 심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17일 증인으로 출석한 구민회 국군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한 시점에 작성한 ‘체포자 명단’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구 과장의 증언은 계엄 수뇌부가 우원식 국회의장, 당시 여야 대표(한동훈·이재명) 등 주요 인물들을 우선 체포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를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이 체포자 명단을 불러줘 받아적었다고 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운전 수행 부사관으로 계엄 당일 이 전 사령관을 수행한 이민수 중사는 지난달 18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과의 통화하며 ‘계엄을 다시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함께 이 전 사령관을 수행했던 오상배 대위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재판서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반면 핵심 증언들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전략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28일 공판에서 계엄 선포 당일 국회에 투입됐던 수방사 소속 군인들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의 지시가 ‘국회 외곽 경비’를 의도한 것이 아닌지를 물었지만 증인들은 이 전 사령관의 지시한 내용이 ‘국회의사당 진입’이라고 이해했다고 답변했다.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대령) 등 핵심 증인들이 한 증언의 신빙성을 더하는 증언들도 재판에 나오고 있다. 수사를 받을 당시에는 ‘국회 내 인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조 대령의 주장과 달리 ‘조 대령으로부터 지시(임무)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윤덕규 수방사 소령은 지난 1일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진술의 취지를 번복했다. 윤 소령은 “상호 간 의사소통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때 당시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 대령이) ‘상황’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기억이 나 나에게 임무를 준 게 아니었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재판 초기에는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직접 발언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그러나 재구속 된 이후에는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본인 입장을 밝힐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