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독이라면 파워풀한 여성 캐릭터를 구상할 때 전지현 외에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가 오랜 기간 캐스팅 리스트 1번을 지키는 이유겠지요.”
배우 전지현이 선보이는 4년 만의 복귀작, 디즈니+ 시리즈 ‘북극성’을 연출한 김희원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서경 작가와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파워풀한 여성이 나오는 작품을 하고 싶고, 주인공은 전지현’이라고 못 박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전지현은 “김 감독과 정 작가의 작품이어서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고 화답했다. 오는 10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9부작 ‘북극성’은 유엔대사로 국제적 명성을 쌓은 문주(전지현)가 국적 불명의 특수요원 산호(강동원)와 대통령 후보 피격 사건의 배후를 쫓으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거대한 사건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 박찬욱 감독 영화에 공동 각본가로 참여해 온 정 작가의 섬세하고도 정교한 필력이 돋보인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 ‘빈센조’를 연출한 김 감독과 영화 ‘범죄도시 4’ ‘황야’의 허명행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이 전체를 조율하고 허 감독은 액션을 담당했다. 허 감독은 “김 감독이 고민하는 부분을 서포트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지현은 “문주는 조용하지만 친화적이고 단단하면서도 대담한 행동력을 가진 캐릭터”라며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작품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북극성’을 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상대 배우 강동원이었다. 전지현은 “오랜 팬이었던 강동원씨와 더 늦기 전에 꼭 한번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 외에도 존 조, 이미숙, 박해준, 김해숙, 유재명, 오정세, 이상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했다.
외교·안보 등 국내외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첩보와 액션, 멜로 장르를 아우른다.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물 성격이 짙어진다. 강동원과의 멜로 호흡에 대해 전지현은 “현장에서 모니터하며 서로 ‘이렇게 어른 연기를 한 적이 있었나’ 하는 얘기를 나눴다”며 “화면으로 봤을 때도 요즘 유행하는 말로 ‘느좋’(느낌이 좋다)이란 생각이 들어 너무 좋더라”고 웃었다.
‘매직’(SBS) 이후 21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강동원 역시 “전지현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릴 때 작품에서 만났다면 다른 느낌이었을 테지만 이제는 ‘뭘 좀 아는 남녀가 서로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더라”면서 “전지현의 매력에 흠뻑 빠져 행복하게 촬영했다. 촬영 내내 ‘이 사람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김 감독은 “제가 원래 아름다운 화면을 좋아하는데 배우들이 워낙 아름다우니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강인한 아름다움’이 나오더라”고 흡족해했다. 제작비 500억원의 대작을 이끈 그는 “점차 액셀을 밟은 듯 전개 속도가 빨라지고 인물 감정에 집중된다”면서 “살면서 누구나 느끼는 사랑, 절망, 희망 같은 보편적 정서를 담았다. 글로벌 시청자들도 공감하실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