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은 수건비 1000원” 남탕엔 없는 이용료 부과…인권위 ‘성차별’

입력 2025-09-02 15:29 수정 2025-09-02 16:06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일러스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여성 고객에게만 수건 이용료를 부과하는 행위가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목욕탕 등에서 여성 고객에게만 수건 이용 요금을 부과하는 관행은 성차별이라고 2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7월 2일 진정 사건에 대해 이같은 판단을 내리고 A시장에게 목욕탕 등에 대한 행정지도를 권고했다.

진정인은 A시에 위치한 한 목욕장 업소에서 남성의 경우 입장료 9000원에 수건 2장이 포함됐지만 여성에게는 같은 입장료를 받고도 수건 2장을 빌리기 위해 1000원의 대여비가 추가로 부과됐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여성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성차별이라는 취지다.

이 목욕탕은 여성 사우나에서 수건 회수율이 낮아 수건 재주문·추가 비용이 들게 됐고 결국 여성에게 수건 1장당 500원을 부과하는 관행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한 같은 지역 내 6곳 이상의 목욕탕에서도 여성 고객에게 수건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A시청의 현장 조사를 받은 해당 업장은 시청의 권고로 여자 사우나 수건 미지급 사항을 가격 안내표에 명시해둔 상황이다.

지역 목욕장 업소를 관리·감독하는 A시청은 공중위생관리법에는 가격 결정에 관한 규정이 없어 남성에게만 수건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고객이 수건 제공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요금표에 관련 내용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조치했으며 앞으로도 관련 내용 표시 여부를 지도·점검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목욕탕의 조치가 성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수건 분실이나 오염은 이용자 개개인의 행위에 기인하는 데 통계적 근거나 실증적 자료 없이 특정 성별 전체에 불리한 조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일반화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

동시에 수건 분실이나 추가 사용으로 인한 비용 문제는 반납 체계를 강화하거나 추가 사용 시 개별적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시 관내 운영 중인 목욕장 업소 36곳 중 25곳(69.4%)이 양성에 동일하게 수건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인권위는 “국가는 단지 공권력에 의한 차별만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관해서도 이를 방지하고 시정할 책무가 있다”며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법률상 가격 책정에 직접적인 시정 권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성차별적 요금 부과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