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장에서 저와 쌍둥이 아이 모두 새 삶을 찾았습니다.”
혜원의료재단 부천세종병원 간호사 A씨(32·여)는 출산을 앞두고 휴직계를 낸 뒤 인천의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아 왔다. 임신 후 숨찬 증상이 계속됐지만 쌍둥이를 가졌기에 참고 지냈다. 건강에도 특별히 문제가 없어 임신 전·후 심초음파 등 검사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산부인과에서도 다태임신에 따른 증상으로 볼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A씨의 숨찬 증상이 악화됐다. 숨이 차 눕지도 못하고 체한 것처럼 속이 꽉 막힌 느낌이 지속됐다. 이에 산부인과에서는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했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진단명은 바로 주산기심근병증(분만전후심근병증). 심초음파 검사 결과에서 심기능(EF)이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나왔을 정도의 심한 심부전 상태였던 것이다.
의료진은 심장이식까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쌍둥이를 출산했고 이후부터 지리멸렬한 사투가 벌어졌다.
A씨는 출산 직후 심장성 쇼크가 생겨 심폐체외순환기(ECMO)를 적용해야 했다. 이에 따른 다량의 객혈이 동반됐을 뿐 아니라 좌측 폐 기관지에 혈전이 가득 생겨 호흡 기능을 방해했다.
의료진으로부터 사망 가능성에 대한 설명까지 들은 가족들은 A씨의 직장과 같은 재단이기도 하고 심장이식으로도 유명한 인천세종병원으로의 전원을 원했다. 관련 소식을 접한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심장내과)은 직접 A씨가 있는 대학병원을 찾았다. 이어 상태를 확인한 뒤 곧바로 인천세종병원으로 A씨를 이송했다.
이후 A씨는 이식 대기자 등록을 하는 등 본격적인 심장이식 과정을 밟았다. 대기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하루 두 차례씩 기관지 내시경과 항응고제 약물요법을 병행하며 혈전으로 가득 막힌 폐 기관지의 혈전을 제거해야 했고 폐 기능 회복을 위한 기관절개술도 이뤄졌다.
모든 과정에서 인천세종병원의 심장내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호흡기내과, 중환자의학과 등 소속 의료진이 긴밀한 협진을 시행하며 A씨를 지켰다. 보름가량 버티던 중 마침내 심장 공여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A씨는 출산과 심장성 쇼크 등 과정에서 수혈을 여러 차례 한 뒤라 이식면역에 대한 항체 값이 높은 상태였다. 이에 인천세종병원 의료진의 고심도 깊어졌다. 항체 값을 떨어뜨리고 이식을 할 정도로 A씨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단이 내려졌다. 인천세종병원 의료진은 고용량의 면역억제제 약물치료를 하며 바로 심장이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은 성공이었다. 우려했던 이식 거부반응도 없었다. A씨는 수술 전부터 좋지 않았던 신장 기능 탓에 투석 치료를 받다가 최근 무사히 퇴원했고 출산한 쌍둥이 자녀들과도 재회했다.
A씨는 “수술 전 나와 가족에게 통보된 의사의 소견은 ‘1%의 생존’이었다. 그런데 그 1%의 기적을 이룰 수 있는 곳은 분명 존재했다”며 “모든 의료진께 감사드린다. 나와 같은 질병과 상황에 높인 분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기적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주산기심근병증 환자는 좌심실 수축기 기능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추후 임신을 금해야 한다”며 “수축기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 임신 및 분만이 가능해지더라도 임신 시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며 심부전 재발 또한 염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