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T모티브가 부산에서 가동 중인 생산설비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한다. 올해 말까지 장비를 루이지애나 신공장으로 옮겨 현지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조달 요건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SNT그룹에 따르면 지난 5월 루이지애나에 통합 생산법인 ‘SNT글로벌’을 설립하고, 최근 33만㎡ 규모의 ‘트리니티 마린 프로덕트’ 공장을 인수했다. 설립에는 SNT모티브가 354억원을 출자해 지분 86.7%를 확보했고, 최평규 회장이 47억원(10%), SNT에너지가 약 14억원(3.3%)을 분담했다. 실제 투자 규모는 공장 인수와 리노베이션, 설비 구축까지 포함해 약 5940만 달러(약 8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그룹의 첫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다.
루이지애나는 미국 남부 자동차 클러스터와 인접한 물류 거점이다. 현대차·기아차,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멕시코만을 통한 수출입도 활발하다. SNT모티브는 이곳에서 전기차 모터, 오일펌프, 드라이브 유닛 등을 현지 생산해 GM, 보그워너, 마그나 등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수출 물량이 현지화되면서 매년 30억원 안팎의 관세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부산 설비 이전이 국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연결 기준으로 보면 단순히 생산거점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뀌는 구조일 뿐 전체 매출에는 변동이 없다. 오히려 현지화를 통해 관세 절감과 신규 수주 확대라는 이중 효과가 기대되면서 매출 파이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전동화 부문에서는 성과가 이미 가시화됐다. SNT모티브는 현대트랜시스와 계약을 맺고 2027년부터 2036년까지 128만대 규모의 전기차 헤어핀 구동 모듈을 공급한다. 모터와 인버터를 통합한 핵심 부품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 매출 증분이 예상된다.
방산 부문은 K15·K16 기관총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군 주력 경기관총 교체 사업을 통해 내수 기반을 다진 데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는 중동 수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K15는 국군의 K3 경기관총을 대체했고, K16은 미국 M60 기관총을 대체하는 차세대 무기로 평가된다. 개발비와 양산 체계를 국내에서 이미 갖춘 만큼 수출은 높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기준 SNT모티브 매출 비중은 모터 51.2%, 자동차부품 28.4%, 방산 9.8%, 반도체 7.5%, 전자 3.2%로, 전동화와 방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부산 장비를 미국으로 옮기기 위한 미 정부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다. IRA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루이지애나 공장은 SNT모티브가 자동차 전동화와 방산 수출을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현지 고객 요구에 발맞춰 생산·공급 체계를 강화하고 ‘Made in USA’ 기준을 충족해 글로벌 시장 재편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며 “자동차와 방산 투트랙 성장을 통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전략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