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재판 항소심에서 관세 발효를 중단하면 한국 등과의 협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의 성명을 법정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진술서는 주요 부처 장관의 발언을 담아 지난달 29일 법원에 제출됐다. 재판부는 상호관세 정책이 법적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상호관세 효력 중지는 유예해줬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관세의 효력을 중단하면 심각한 외교적 망신을 초래하고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를 더욱 대담하게 할 것”이라며 “협상이 성공하려면 관세를 즉시 부과할 수 있다는 미국의 위협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관세 압박은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고 협상을 질질 끌거나 보복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미국 수출업자들의 경쟁 여건을 더 왜곡함으로써 자기들의 협상 입지를 바꾸고자 하는 다른 나라들의 노력에 대응하는 능력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일본 영국 등과 무역 합의를 했다며 “현재 미국과 이들 교역 상대국은 이런 프레임워크 합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만들기 위해 신속하고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어 대표는 그러면서 “수입을 규제하고 다른 나라를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기 위한 관세 부과 없이는 이중 어떤 합의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성공은 관세를 즉각 시행하겠다는 믿을만한 위협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 부과 위협 없이는 무역 합의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진술서에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의 효력을 중단하는 판결은 현재와 미래 모두에 걸쳐 미국의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에 심각하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트닉 장관은 특히 “EU,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미국과) 비대칭적 무역 관계에 합의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에 최소 15%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은 모든 미국 상품에 대해 거의 완전한 시장 접근을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IEEPA에 근거한 관세를 중단하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 압박을 지렛대로 사용해 러시아나 주변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외교 부처 장관들이 총동원된 진술서는 법원이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할 경우에도 연방대법원에 구제를 요청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제출됐다. 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근거로 든 IEEPA가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판결하면서도 관세 효력 정지는 유예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상고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세 효력은 유지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