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업체 ‘계약 뒤’ 잠적에… 소상공인 400여명 발 동동

입력 2025-09-01 17:45
소상공인들이 지난 8월 28일 오후 경기도 김포 W업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집회는 빛길봉사단이 주관하고 체험 주식회사가 법률·기금 지원에 나섰다. 체험(주) 제공

온라인 광고 대행업체가 광고 계약을 체결한 뒤 잠적하면서 소상공인들이 피해 보상 등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광고계약 피해자만 전국적으로 400여명, 피해액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바이럴마케팅 전문기업인 체험㈜와 피해 소상공인들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대행업체 W사는 경영난으로 세금과 임대료를 체납하면서도 신규광고 계약을 계속하다가 최근 사무실을 비우고 연락이 두절됐다.

이에 피해 소상공인들은 지난 8월 28일 경기도 김포에 있는 W사 본사에 항의 방문해 집회를 열고 “신규 계약을 체결한 뒤 잠적하는 행태는 생계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조속한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는 체험㈜가 운영하는 ‘빛길봉사단’이 주관했으며, 체험㈜는 법률 지원과 구제 기금을 마련해 힘을 보탰다.

W사로부터 당한 피해 규모는 전국적으로 400여 명,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한 영업 분쟁을 넘어 조직적 잠적에 따른 대규모 피해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집회 현장을 찾은 변호인단은 사무실 내부에서 급히 집기를 반출한 흔적과 세금 체납 통지서를 확인했다.

배희정 변호사(법률사무소 로유)는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이 어려웠음에도 이를 숨긴 채 다수 피해자를 양산했다”며 계획적인 잠적의 정황을 지적했다.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W업체 본사 내부. 집기와 컴퓨터가 급히 반출된 흔적이 남아 있고, 사무실 곳곳에 잡동사니와 서류가 흩어져 있다.

피해자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에서 스포츠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한 소상공인은 “영업사원의 매출 보장과 환불 약속을 믿고 계약했지만 서비스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며 “환불 요구는 거부당했고, 담당자 연락도 끊겼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체 도움을 받아 법적 대응에 나서 일부 환불을 받았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험㈜는 성명을 통해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서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잠적하는 것은 온라인 광고 시장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행위”라며 “피해자 지원은 물론 악성 업체 퇴출을 위한 협회 설립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빛길봉사단 역시 “광고 잠적 피해는 힘없는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피해 구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김포=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