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첫 정기국회 개회식부터 여야 간 치열한 대치의 예고편이 펼쳐졌다. 형형색색 한복을 입은 밝은 표정의 여당 의원들과 검은색 상복에 어두운 표정의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마주했다.
국회는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고 100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의,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 주요 일정이 연말까지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대다수 여당 의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한복을 입고 본회의장에 등장했다. 한복 차림이 서로 신기한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연신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일부 의원들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갓과 도포를 입기도 했다. 개혁신당 소속 의원들도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야 의원들에 한복 착용을 제안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다만 여당도 당 차원에서 공식 지침을 내리지는 않고 의원들의 자율적 선택에 맡겼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한복을 입지 않았다.
반면 야당은 가슴에 ‘의회 민주주의’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단 채 상복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개회식 전 의원총회를 열고 “한 손에는 다수당 권력, 한 손에는 특검의 칼 쥔 이재명 정권에서 ‘독재’는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본질인 것 같다”며 “검은 넥타이와 근조 리본을 매고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은 의회 정치를 말살시키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에 맞서는 심기일전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0일간의 정기국회 내내 여야가 서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옷 하나 가지고도 여야가 팽팽하게 갈라지는 것을 보고 국민들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주요 법안 및 예산안에 대해 “여야 모두 국민 앞에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10월 초에는 국회 헌법개정특위를 구성해 개헌에 대한 국회 차원의 본격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재차 제안했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국회에 접수됐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열리는 다음 본회의에 안건이 보고되고, 10일 또는 11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10일에는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일정이 예정돼있어 11일에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판 성윤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