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성동구 사랑교회(이상철 목사). 장로인 배형규(57) 서초경찰서 강력1팀장이 예배 준비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은 선교회가 열 번째 순회교회를 찾은 날이었다. 2021년 서초경찰기독선교회(회장 양성문 경위)를 들어오고 난 이후 1회부터 빠짐없이 참석한 배 팀장은 “강인해 보이는 경찰의 이미지 때문인지, 제복을 입고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볼 때면 깜짝 놀라시기도 한다”며 “그러나 예배가 시작되면 참여 교회와 선교회가 하나의 신앙공동체가 된다”고 웃었다.
서초경찰기독선교회가 하나 둘씩 입구로 들어서자 사랑교회 교인들은 간식이 포장된 봉투를 건네며 환영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예상 밖에 모여든 인원으로 분주하게 간이의자와 캠핑 의자를 창고에서 꺼내고 있었다. 40여개 좌석이 놓인 예배당은 금세 정복을 입은 경찰들로 채워졌다.
35년 사랑교회 토박이인 이승신(48) 사랑교회 집사는 “덥고 습한 날씨에 휴일까지 반납하고 오신 분들의 발걸음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입구 복도까지 가득 채워진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담대하게 세상으로 나가 전도해야겠다는 도전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초경찰기독선교회는 3년전 서울 관악구 서울제일교회(김용주 목사)를 시작으로 분기마다 순회찬양예배를 다니고 있다. 미자립교회나 20인 내외 소형교회를 찾아다니며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섬기는 활동을 하고 있다. 경찰서 내에서 사내 복음화를 위해 노력했던 선교회가 경찰서를 나와 교회 살리기에 동참한 것이다.
서초경목실장 이상형 목사는 “경찰이라는 직업적 소명으로 한국교회를 세우는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사명으로 시작하게 된 사역”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교단과 지역, 대상을 초월해 예배드릴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이날 선교회장 양성문(51) 경위는 ‘오병이어 행진과 유치장 선교’를 제목으로 간증을 나눴다. 2018년부터 서초경찰서 유치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양 경위의 일터는 ‘복음의 사각지대’다. 이곳은 교도소 수감자와 달리 관리자의 통제를 받지 않지만, 일반인처럼 자유롭게 생활할 수도 없는 곳이다.
그가 유치장에서 만나는 청년들은 물류업을 하다 지인의 요청으로 운반한 상자 속에서 마약이 발견돼 유치장에 들어온 이도, 도박에 빠져 횡령 절도 사기 등으로 청년 시절을 잃어버린 이도 있었다. 양 경위는 “유치장은 형벌을 선고받기 전 절망 속으로 떨어지고 있는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며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기 좋은 황금밭에서 피의자와 경범죄자를 일대일로 상담하며 복음을 심고 있다”고 밝혔다.
순회예배를 열 차례 정도 진행하다 보니 동역자도 늘었다. 이날 찬양은 선민교회 청년들이, 특별찬송은 광진경찰기독선교회가 합세했다. 수원 보배로운교회(류철배 목사)와 토브 앙상블 등 헌금 기도 연주 등으로 섬기는 곳도 있다.
선교회와 교회의 인연은 순회예배로 끝나지 않는다. 순회예배를 다녔던 교회들을 모아 여름 연합수련회를 진행하고 부활절 등 절기 때 연합예배로 함께하고 있다. 경찰이라는 직업적 특수성을 활용해 법률 상담 등으로 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