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된 ‘셀프 치아 장치’ 했다간 낭패…“부작용 주의”

입력 2025-09-01 15:09 수정 2025-09-01 15:35

검증되지 않은 이갈이, 코골이 방지용 ‘셀프 치아 장치’ 사용으로 인해 구강 건강을 해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협회는 1일 “최근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 치과 의사 진단 없이 환자 스스로 이갈이나 코골이 방지 또는 치아 교정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며 버젓이 마우스피스를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셀프 치아 장치는 그 효과도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예기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실제로 구입한 셀프 치아 장치로 인해 치아나 잇몸 손상, 부정 교합, 턱관절 장애 유발, 파손 또는 파절로 인한 기도 흡입 등 다양한 부작용 유발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셀프 치아 장치로 인해 '교합 변화' 부작용 발생 사례(위는 장착 전, 아래는 장착 후 치아 X선 사진).

국내 유명 쇼핑몰 후기에서도 이갈이 방지를 위해 셀프 마우스피스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치은 부종’ 등 여러 부작용을 겪고 있는 사례가 확인됐다. 셀프 이갈이 방지 장치를 구매해 2주간 사용했다는 A씨는 “양치는 물론 음식 먹기도 고통스럽다”는 후기를 남겼다. 협회는 “사진 상 구강 내에 점막 궤양이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셀프 치아 장치 사용 후 치은 부종이 생긴 사례.

다른 셀프 이갈이 장치의 후기에서는 내구성으로 인한 문제도 엿볼 수 있었다. B씨는 “부셔져서 자다 내 몸속에 파편이 들어갔다”며 “이갈이가 문제 아니라 평생 플라스틱 쪼가리 안고 살아야 하는데”라며 울분을 토했다.
셀프 치아 장치가 파손돼 피해를 봤다는 후기.

치협은 “치아 교정, 이갈이 또는 코골이 방지 구강 내 장치는 치과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자 개인의 구강 상태에 적합한 형태로 안전하고 검증된 상태로 제작돼야 하고 장치의 구강 내 영향을 감안한 전문가의 지속적인 관리와 조정이 필요하다”며 “치명적 부작용 유발과 그로 인한 구강 건강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치과를 방문해 치과 의사와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치협 황우진 홍보이사는 “낮은 비용으로 치과에서의 치료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이러한 셀프 치아 장치를 구매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결국은 여러 부작용들로 인해 고통받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다”며“셀프 치아 장치의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는 “다양한 부작용 외에도 검증되지 않은 제품의 내구성 문제로 인한 파손・파절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면서 “이는 자칫 기도 흡입 시 응급 상황을 초래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 결과도 야기될 수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대한치과교정학회도 “비전문가에 의한 셀프 교정 장치는 치아의 파절, 치아 괴사, 치관 파절, 치근 파절, 치아 발거, 잇몸 및 연조직의 외상과 궤양, 치조골의 상실, 보철물의 탈락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며 “치과의사에 의한 진단 및 치료 계획의 부재와 더불어 교정 진행 과정에서 유발되는 관찰과 치료 계획 변경도 불가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마저 박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