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뭄 비상대책 2단계 시행…관광지 문 닫고, 휴교·단축 수업 검토

입력 2025-09-01 14:25
지난 31일 소방차들이 강원도 강릉 홍제정수장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도 강릉시가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격일제나 시간제 급수를 시행하기로 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1일 오전 강릉시청에서 가뭄대응 비상대책 2단계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4.5%에 불과하다.

시는 전날 저수율이 15% 아래로 떨어지자 수도계량기를 애초 50%에서 75%까지 잠그는 강화된 제한급수를 시작했다.

앞으로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의료‧교정시설, 사회복지시설에 하루 20대의 살수차를 동원해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전 시민에게는 1인당 1일 2ℓ의 생수를 배부한다.

시가 운영하는 문화‧관광시설인 오죽한옥마을, 바다내음캠핑장, 임해자연휴양림 운영을 중단한다. 실내외 공공체육시설과 시설 내 화장실은 전면 폐쇄한다.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용수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1일 강원도 강릉시 한 대파밭에 심어진 파가 바짝 말라있다. 연합뉴스

대형 숙박시설도 축소 운영한다. 호텔 신라모노그램 강릉, 스카이베이 호텔,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 썬크루즈 호텔 앤 리조트, 씨마크 호텔 등이 수영장, 사우나 등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앞서 시는 지난달 29일 150실 이상의 대형 숙박시설에 대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시설을 축소 운영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김 시장은 “장기화하고 있는 가뭄으로 일상과 농업, 산업현장에서 불편을 겪는 시민들에게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가뭄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지난 31일 강릉 가뭄 대책회의를 열고 재난안전대책본부 수준을 2단계로 격상했다. 도는 취약계층의 물 공급 대책을 구체화하고 소상공인 피해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농업용수 공급중단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파악해 예방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학교의 휴교·단축 수업을 검토하고 급식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하면서 피해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강릉 외곽에서 2100㎡ 규모의 대파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이영규(74)씨는 가을 대파 출하를 포기했다. 가뭄으로 파 생육이 더딘 상황에서 농업용수 공급이 끊겨서다. 당초 대파는 다음 달 중순쯤 출하할 예정이었다.

이씨는 “며칠 전까지 찔끔찔끔 물이라도 줄 수 있었으나 이제 사람 먹을 물을 걱정해야 할 판이니, 이제는 출하를 아예 포기했다”며 “이런 지독한 가뭄은 생전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는 식수 확보를 위해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을 지난달 30일부터 전면 중단했다. 이전에는 3일 공급, 7일 제한해 왔다.

제한급수 소식에 식당, 카페, 펜션 등지에 관광객의 발길도 줄고 있다. 최종봉 강릉시번영회장은 “재난사태 선포 후 경포해변 등 주요 관광지 관광객이 예년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지역에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관광객들이 강릉을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