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CTV 속 한덕수, 이상민과 ‘단전·단수’ 문건 같이 봤다

입력 2025-09-01 10:56 수정 2025-09-01 22:04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직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함께 확인한 문건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가 적힌 이른바 ‘계엄 쪽지’가 포함된 것으로 특검이 파악했다. 특검은 이 같은 정황이 한 전 총리의 내란 방조 혐의를 뒷받침한다고 본다. 윤 전 대통령 지시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방조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또 한 전 총리도 개별적인 계엄 쪽지를 받았다고 공소장이 적시했는데, 이 문건이 한국예술종합학교 폐쇄 등에 관한 내용이었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1일 국민일보가 국회를 통해 확보한 내란 특검의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공소장에는 두 사람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마친 후인 오후 10시54분~11시5분 약 11분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따로 만나서 계엄 관련 문건 3장을 보면서 협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장면은 특검이 확보한 대통령실 대접견실의 CCTV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공소장에 따르면 이 시간 동안 이 전 장관은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넣어놨던 문건 3장을 꺼내 한 전 총리에게 읽어주다가 그중 1장을 한 전 총리에게 보여줬고 다른 1장을 직접 건네줬다. 한 전 총리는 건네받은 문건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내용에 관해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장관 공소장에는 두 사람이 함께 확인한 3장의 문건 중 하나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달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적힌 계엄 쪽지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한 전 총리가 단순히 계엄 관련 지시가 전달되는 내용을 인지한 것을 넘어서 이 전 장관이 받은 문건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했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 공소장에서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인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 명령에 따라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이 전 장관에게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령한 비상계엄 계획 및 그에 따른 지시를 수용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이러한 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국무회의를 소집하도록 건의하는 등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함으로써 내란에 방조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 당일 오후 9시13분쯤 한 전 총리에게 손가락 4개를 들어 보였다.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까지 4명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전 총리는 오후 9시37분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오고 계시죠?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나요”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총리가 별도로 계엄 지시 내용이 담긴 쪽지를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해당 문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검은 이 쪽지에 한예종 폐쇄 등 지시가 담겨있었는지 의심하면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만약 해당 지시 내용이 포함됐고 구체적 실행 행위로 이어졌다면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추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법리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장관의 구체적인 단전·단수 지시 과정도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이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특정 언론사의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지 7분 만에 일선 소방서는 긴급 공문을 받고 출동대비 태세를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오후 11시37분 소방청 상황판단회의를 주재하던 허 청장에게 전화해 “24시경 경찰이 특정 언론사 5곳에 투입될 예정인데, 경찰로부터 언론사 건물 단전·단수 요청이 오면 소방청에서 조치를 해줘라”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지시는 이영팔 소방청 차장과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서울소방재난본부 당직관에게 전달됐고 당직관은 7분 만인 오후 11시44분에 ‘긴급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출동대비 태세 철저 알림’ 공문을 발송했다. 실제 단전·단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 전 장관 지시 이후 구체적인 실행 행위가 일어난 점 등을 토대로 특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