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13억’ 빼돌린 경리…어디에 썼나 봤더니

입력 2025-09-01 10:35 수정 2025-09-01 11:16

6년여 동안 아파트 관리비 약 13억원을 빼돌린 뒤 이를 개인 빚을 상환하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데 사용한 50대 경리과장이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호)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7·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4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3월부터 강원도 원주 소재 아파트 경리과장으로 일한 A씨는 지출 서류 결재 등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이용해 관리비를 횡령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165회에 걸쳐 자신 또는 아들 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을 통해 13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렸다. 횡령한 돈은 채무 변제, 신용카드 대금 납부, 해외여행, 생활비 등으로 쓰였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지난해 초 자체 회계감사를 진행하다가 횡령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 A씨를 고발했다.

수사 당국은 관리사무소 측이 제출한 거래 명세 등을 분석해 A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한 뒤 그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아파트를 위해 선지출한 돈을 받았다거나 운영비로 썼기 때문에 불법으로 가로챌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극히 일부 주장만 받아들여 9000여만원은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13억여원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 6년에 걸쳐 관리비 13억원을 횡령해 신임 관계 위배의 정도가 크다”며 “그런데도 피해 대부분이 회복되지 않았고, 아파트 입주민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1심 재판을 받던 중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났던 A씨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A씨를 상대로 14억여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