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개국 엘리트들이 한국에서 복음을 듣고 있다

입력 2025-09-01 07:27 수정 2025-09-01 07:43
권요한 선교사 제공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는 현재 120개국에서 온 2700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장학금을 받고 온 각국의 엘리트들로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면 자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인재들이다. 이들을 향한 체계적인 복음화 전략이 요청되는 가운데 최근 캠퍼스와 교회, 선교지를 연결하는 새로운 선교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캠퍼스-교회-선교지 잇는 ‘웨이 메이크 프로젝트’

작년부터 본격 시작된 ‘웨이 메이크 프로젝트’는 캠퍼스, 지역교회, 선교단체, 선교 현지를 연결하는 종합적 유학생 사역 모델이다. 30여명의 사역자들이 참여해 이원화된 접근 방식을 사용한다.

먼저 ‘소셜 라인’에서는 학기 초 환영 만찬, 한국 문화 체험, 한국어 교실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계가 형성된 학생들에게는 2학기부터 ‘스피리추얼 라인’을 통해 복음을 전한다. 30년간 서울대에서 복음을 전하는 권요한(62) 학원선교사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소셜 라인을 통해 우정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복음에 대한 마음의 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권요한 선교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특히 이슬람권 학생들과의 사역에서 관계의 힘이 입증되고 있다. 권 선교사는 “이슬람 학생들은 본국에서 복음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마음의 준비가 되면 복음을 전할 때 결신한다”며 “최근 방글라데시 출신 무슬림 학생이 처음 복음을 듣고 결신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핵심은 ‘보편적 가치’의 공유다. 골든 룰(황금률)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한 보편적 가치를 매개로 신뢰를 쌓은 후 한국 문화와 언어 교육을 통해 실질적인 우정을 나누는 방식이다. 지난해 미얀마 대지진 때 피해를 본 유학생을 후원하는 등 구체적인 도움도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역의 ‘천사들’

이 프로젝트의 독특한 점은 인적 자원 활용 방식이다. 첫 번째는 은퇴 선교사들의 참여다. 권 선교사는 “평생 타문화권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아는 은퇴 선교사들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후속 양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배출될 1만여명의 은퇴 선교사들이 각 대학에서 유학생 사역을 맨투맨으로 담당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두 번째는 선교사 자녀(MK)들의 역할이다. 권 선교사는 “MK들도 타문화권에 오래 살아서 외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며 “한국에 있는 MK들이 지난 3월 환영 만찬 모임에서 가교 구실을 톡톡히 했다”고 밝혔다.

권요한 선교사 제공

권 선교사는 유학생 사역과 함께 ‘노아NCA 콘퍼런스’를 통해 보다 포괄적인 차세대 선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이 시대와 캠퍼스에 확산되는 반성경적 세속주의를 극복하고 청년선교 기독지성 복음통일을 지향하는 복음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 콘퍼런스는 단순한 수련회가 아닌 참가자들의 참여도를 인증하여 각 분야에 성경적 가치관으로 무장된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특히 ‘생명의 방주’라는 성경적 메시지를 통해 인구절벽과 생명 가치 훼손 문제에 직면한 한국교회에 영적 부흥의 비전을 제시한다.

협력 네트워크가 만드는 시너지

사역의 지속가능성은 협력 시스템에서 나온다. 코이노니아 선교공동체를 통해 서울대 출신들이 기도와 재정으로 후원하고 국제학생사역회(ISMC) 등 기존 선교단체들과도 연계한다. 권 선교사는 “학기마다 적게는 2~3명, 많게는 4~5명 이상이 꾸준히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권 선교사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생 시절 서울침례교회에서 복음을 듣고 결신한 후 기독청년 운동에 참여하며 월드미션을 꿈꾸기 시작했다. 국문학과 언어학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원래 전문인 사역을 지향했다.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다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스마트에듀케이션에 관심이 있어서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 사역을 하려 했는데 점차 복음 전도의 비율이 커졌습니다.”

권요한 선교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1992년 서울대 대학원 입학과 함께 캠퍼스 사역을 시작했다. 지구촌교회 개척 구성원으로 참여했던 그는 1996년 학원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외부 선교단체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서울대에서 그는 내부 구성원이라는 장점을 활용했다.

그는 ‘인문대 기독인연합’으로 시작해 15개 학과가 협력하는 기도 운동을 펼쳤다. 이후 2000년 수요 채플부터 시작해서 서울대학교회까지 개척했다. 서울대 교수 60명과 학생들이 참여한 교회 개척에서 그는 초기 2~3년간 책임 간사를 맡았다.

기숙사라는 공간적 특성을 살린 사역 방식도 그만의 기술이다.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이 협력해서 새벽 채플 운동, 기도 운동을 할 수 있었어요. ‘서울대 기숙사 신우회’라는 공식 동아리로 활동하면서 출신들이 후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죠.”

단순히 도와주는 정도에 그치던 유학생 선교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그는 “방학 때마다 아웃리치를 가서 현지 대학과 캠프를 하는 사역을 했다. 유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들과의 관계에서 복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권 선교사는 유학생들이 복음을 들고 자국으로 돌아가 교회를 개척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그는 “한국교회는 300만 유학생과 이주민 시대를 맞아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동시에 역 파송하는 차세대 선교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며 “캠퍼스와 교회, 선교단체, 선교 현지를 연결하는 복음의 대로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