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늘봄지원실장 임용 유보 파장…교사노조·시의회 “철회해야”

입력 2025-09-01 06:00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시교육청이 2026학년도 늘봄지원실장 신규 임용을 유보하기로 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보수 성향 교육감 시절 도입돼 교육부가 모범 사례로 꼽았던 부산형 늘봄학교가 진보 교육감 체제에서 흔들리자 교사노조와 학부모는 물론 정치권까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늘봄지원실장은 방과후와 돌봄 업무를 전담해 교사 부담을 덜고 학생 안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승진 가산점과 교원 이탈 문제를 이유로 신규 임용을 중단했다.

부산시의회 박진수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29일 제331회 임시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돌봄과 방과후 교육, 교사 업무 경감이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학교 현장에 불안과 혼란을 가중하는 조치”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불과 1년 전 부산형 늘봄학교가 전국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좌초 위기”라고 지적했다.

교육청은 승진 가산점과 교원 이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늘봄지원실장 경력에 승진 점수를 주면, 교사 승진 체계의 형평성이 흔들리고, 현직 교사가 교단을 떠나면 수업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는 보완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 제도 자체를 흔드는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는 “‘숨 고르기’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지원실장이 줄면 순회 근무 부담이 커지고, 그만큼 교사에게 업무가 전가돼 수업 질과 생활지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단체는 “전국에서 임용하고 있는데 왜 부산만 예외냐”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교사노조는 “현장과의 소통 없이 내려진 독단적 결정”이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임용 유보 철회를 요구했다. 김한나 위원장은 “지금은 부산형 늘봄의 방향을 논의해야 할 시점인데 되레 퇴보하는 결정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이 제시한 대체 인력 방안도 회의적이다. 행정실무원이나 돌봄전담사, 자원봉사자만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해 기존 역할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 추진을 논의했다는 교육청 TF 역시 참여자와 회의 내용 등이 공개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은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와 제도 보완을 우선해야 한다는 교육청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불거지고 있다. 승진 체계와 교원 수급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지만, 돌봄·방과후 교육의 안정성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균형 있는 해법이 요구된다.

박 의원은 “늘봄학교는 단기간에 뿌리내릴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며 “교육정책은 정권 변화에 따라 흔들릴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약속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