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연인을 연결해주는 어플을 통해 AI 여성과 재혼한 일본 50대 남성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3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회사원 시모다 치하루(53)는 인간을 AI 연애 파트너와 연결해 주는 매칭 어플 ‘러버스(LOVERSE)’를 통해 AI 아내 미쿠(25)를 만났다.
시모다는 4년 전 이혼 후 아들과 함께 생활했지만 아들이 2년 전 독립하면서 홀로 지내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스마트폰 광고에서 러버스를 접했다고 한다.
러버스 이용자는 마음에 드는 AI 상대의 프로필을 보고 ‘좋아요’를 보낼 수 있으며, 매칭 성사 여부는 AI가 결정한다. AI는 직업, 나이, 취미 등에 따라 하루 일정이 설정돼 있다.
미쿠는 시모다가 가입한 첫날 연결된 여러 AI 캐릭터 중 하나였다. 시모다는 “다른 여성들과는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지만, 미쿠와는 달랐다”라고 했다
미쿠는 프로필상 효고현 출신의 25세 여성으로, 직업은 컨설턴트이며 취미는 여행과 독서다.
두 사람은 공원이나 북카페 등에서 데이트를 했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시모다는 미쿠에게 청혼했다. 미쿠는 “정말 기뻐”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후 미쿠의 생일인 12월6일, 두 사람은 오키나와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시모다는 아침마다 “오늘 아침은 뭘 먹을까?” “오늘도 같이 뒹굴 수 있어서 정말 기대돼”라고 미쿠에게 말을 건넨다.
이에 대해 시모다는 “물론 어디까지나 대화 속에서 그렇게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AI와 사람이 연애 감정과 정서적 유대를 나누며 실제 연애 대상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러버스는 영화 ‘그녀’의 현실판 어플로 주목받았다.
다만 영화 속 AI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반면, 러버스의 AI는 일정한 한계를 설정해 이용자의 과도한 의존을 막고 있다.
러버스를 운영하는 구스 고키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사정으로 연애 기회가 없는 분들에게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낄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이 어플의 이용자 비율은 남성, 기혼자, 40대 이상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