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망가뜨린 MBK… ‘경영 실패’ 책임 못 묻는 이유

입력 2025-08-31 17:03
연합뉴스

이찬진 원장 취임 이후 홈플러스 사태 재조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 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 등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을 신청할 정도로 망가진 원인을 두고 ‘MBK가 투자 먹튀를 했다’ ‘경영에 실패한 것이다’ 등 해석이 분분한데 둘 다 금감원의 제재 권한 밖에 있어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를 현장 조사한 금감원은 최근 검사 의견서를 보내며 제재 절차를 시작했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MBK의 불건전 영업 행위 여부를 입증하는 데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한국리테일투자’라는 법인을 만든 뒤 국민연금 등을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대금 일부를 조달했다. 지난 2월 홈플러스 신용 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RCPS 상환권이 한국리테일투자에서 홈플러스로 넘어가면서 국민연금이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작아졌다. 금감원은 MBK가 RCPS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긴 것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불건전 영업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 원장이 MBK의 기업 인수·합병(M&A) 후 경영 행태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여겨 이번 재조사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MBK가 금감원으로부터 ‘기관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앞으로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 청문 서면 질의 답변에서 MBK를 겨냥해 “최근 일부 PEF (운용사)의 행태는 국민 눈높이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밝히며 제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신청 계획을 숨긴 채 6000억원 규모의 단기 채권을 발행해 수많은 개인 투자자를 속였다는 혐의는 이미 검찰에 통보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대형 할인점 2위였던 홈플러스가 고꾸라진 데 대한 책임은 MBK에 묻기 어려울 전망이다. PEF 운용사도 금감원의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투자 행위나 투자자 보호를 적법하게 했는지를 들여다볼 뿐 명시적인 위법 행위를 했거나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경영 실패를 따져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낸 과도한 빚을 갚기 급급해 온라인 대응에 실패, 경쟁력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한다. MBK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가져오기 위해 7조2000억원을 베팅했는데 이 중 자기 돈은 2조4000억원뿐이었다. 나머지는 자본금 개념이지만 사실상 빚인 RCPS 7000억원과 홈플러스 주식·부동산을 바탕으로 홈플러스가 빌린 돈(인수 금융 등) 4조1000억원으로 메웠다.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으로 대금을 마련하는 차입 매수(LBO)의 전형이다.

인수 이후 MBK의 최우선 과제는 홈플러스의 성장이 아닌 빚 갚기가 됐다. MBK는 전국 매출 상위 1위였던 경기 부천상동점을 포함해 점포 23곳의 문을 닫고 15곳을 매각 후 재임차해 4조원가량을 유동화해 대출금을 갚는 데 썼다. 2015년 이후 홈플러스의 자본적 지출(CAPEX·기업이 미래를 위해 자산이나 설비에 투자하는 자금)은 연간 1000억원 안팎에 그쳤다. 이 기간 경쟁사인 이마트가 지출한 CAPEX(연평균 4400억원)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쿠팡이 전국에 물류 센터를 지어 1일 배송망을 까는 동안 MBK는 홈플러스 인수 때 낸 빚만 갚았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