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집사 게이트’를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이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피의자는 윤석열, 김건희와의 친분을 투자업계에서 과시해왔다”고 기재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특검은 김 여사와의 친분을 앞세우지 않고서는 IMS모빌리티(옛 비마이카)가 개업 이후 총 700억여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A4용지 31페이지 분량의 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이름을 각각 한 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조 대표가 두 사람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고 적었지만, 구체적으로 조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친분을 드러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와 사실상 동업자 관계로, IMS모빌리티 전신인 비마이카를 공동 창업했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의 소개로 2016년 7월 열린 조 대표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씨는 IMS모빌리티의 이사였고, 김 여사와는 가까운 관계였다.
특검은 이런 정황들을 고려하면 2023년 6월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4억원)가 많았던 IMS모빌리티가 대기업들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을 때에도 조 대표와 당시 투자를 중개했던 민경민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 대표가 김 여사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검은 조 대표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피의자(조 대표)는 베트남에 있는 김예성과 지속적으로 연락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했던 김씨는 특검의 소환통보에도 불응한 채 귀국을 미루다 지난 12일 귀국과 동시에 체포된 바 있다.
또 특검 수사 개시 이후 조 대표가 이 사건 관계자와 25회 통화하거나, 민 대표와의 연락이 잦았던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달초 IMS모빌리티 사무실 압수수색 날을 전후로 모재용 경영지원실장이 사무실 내 PC를 숨긴 과정에도 조 대표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대표 측은 김 여사와의 관계를 앞세워 투자를 유치하거나, 어떠한 재산상 이득을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2010년대 초반 김 여사와 2~3 차례 정도 만난 것에 불과하고, 김 여사의 연락처 자체를 모른다는 것이 조 대표의 주장이다. 특히 김씨는 2021년 4월 퇴사한 이후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조 대표 측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와의 친분을 앞세우기에는 두 사람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기간이 길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IMS모빌리티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예비유니콘 기업에 선정됐던 만큼 부실기업 논란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 29일 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경법상 배임(32억여원)·횡령(35억여원), 외부감사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등 총 4개 혐의를 적용했다. 민 대표는 32억원 상당의 특경법상 배임 혐의를, 모 실장은 증거은닉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조 대표까지 연이어 구속해 김 여사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선 김 여사의 이름이 적시되지는 않았다.
박성영 구자창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