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노래로 예수님을 찬양하는 부족, 그 마을에 세워진 학교와 교회

입력 2025-08-31 14:29 수정 2025-08-31 15:49
최근 방문한 케냐 북부 마르사빗주 코어 지역의 하파레 마을에서 유목 전통을 이어가는 렌딜레 부족이 라디오에서 들었던 찬양을 따라 부르고 있다.

“예수 아 트리미 가야(예수님이 나의 방패 되신다).”

사막 마을에 울려 퍼진 찬양이 뜨거운 공기를 흔들었다. 케냐 북부 마르사빗(Marsabit)주 차비 사막 인근 하파레 마을. 유목 전통을 이어가는 렌딜레 부족이 사는 이곳은 크리스천 비율이 낮은 마을이다. 기혼을 뜻하는 구슬 목걸이와 전통 족두리를 한 부족 여인들은 돌림노래로 찬양을 이어갔다.

최근 미션NGO 기아대책 회복캠페인팀은 최인호·한지선 선교사가 몰고 온 낡은 트럭을 타고 이곳을 찾았다. 모래바람이 이는 황량한 길을 지나 가시가 솟아난 싯딤나무 가지가 스칠 때 주민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현지 스태프 후세인(45)은 “예수님을 잘 모르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찬양을 따라 부르는 것”이라며 “토속신앙과 전통 주술이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대책 회복캠페인 조상용 대전중부교회 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기대봉사단 최인호 선교사와 현지 스태프가 통역을 돕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사흘 간 회복캠페인팀은 기아대책이 세운 학교와 교회를 돌아보고, 6개 마을을 방문하며 사역 현장을 체험했다. 팀에는 조상용 대전중부교회 목사와 김혜경 사모, 한국 기아대책 스태프들이 함께했다. 조 목사는 마을 주민들을 향해 “70년 전 한국도 전쟁으로 폐허였지만, 외국 선교사들이 학교와 교회를 세워주고 복음을 전했다.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신앙과 교육이 기초였다” 전하며 “여러분도 예수님을 믿고 케냐의 소망이 되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사막 같은 땅에 세워진 복음의 터전


코어 사역은 2007년 기아대책 전문인 선교사를 뜻하는 기대봉사단으로 파송된 최 선교사 부부의 헌신에서 시작됐다. “‘영적으로 메마른 사막 같은 땅에서 주민과 함께 교회를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치자’는 믿음의 결단이었다.

건조 지대에 있는 코어 대부분 사막성 평지와 바위로 이뤄져 있다. 방문 시기는 계절상 겨울이었음에도 낮 기온은 평균 34도, 가뭄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주민들은 하루 한 끼로 연명하고 있었고, 기존 우물은 오염돼 사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기아대책이 태양열을 이용한 핸드펌프와 빗물탱크를 설치해 일부 개선했지만 여전히 물은 귀했다.
믿음초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고 학교 주변 나무 그늘에 모여 옥수수콩을 급식으로 먹고 있는 모습.

최 선교사는 “주민들 영양실조가 심각해 먹이는 사역이 필수”라며 “콩과 옥수수가 아이들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설명했다. 회복캠페인팀은 옥수수콩 50포대를 나누며 마을을 축복하고 기도했다. 조 목사는 “이 마을에 복음이 전해지길 원한다”며 “기아대책과 선교사를 통해 하나님의 평안이 임하고 기적이 일어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CDP 아동 후원, 꿈을 키우는 교육
CDP 아동 출신으로 교사가 된 소포 모르사(맨 왼쪽)와 아내, 딸이 하파레 유치원 앞에서 함께 서 있다.

환경적으로 취약한 코어에선 20년 가까이 기아대책이 추진하는 아동결연개발사업(CDP)이 이어지고 있다. CDP는 아동 한 명의 변화가 공동체 전체로 확산되어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세워지는 전인적 선교다. 현재 코어에는 5~18세 결연 아동 166명이 있으며, 지금까지 총 700여 명이 도움을 받았다. 후원 아동의 80%가 고등학교까지 진학하며, 이는 지역 변화의 지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파레 출신 교사 소포 모르사(30)다. 그는 CDP 아동으로 자라 고등학교를 마친 뒤, 현재 기아대책이 세운 하파레 유치원 교사로 30여 명의 어린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원래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해 교사를 꿈꿨다”며 “우리 마을에 유일한 교사가 됐지만, 가르치는 아이들 가운데 또 다른 교사가 나오고 다양한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체 변화를 이끌어낸 학교와 교회 개척
케냐 코어 지역에 기대봉사단이 세운 말리왁교회에서 현지 아이들이 주일 예배 시간에 기도하고 있는 모습.

코어엔 지금까지 15개의 목동학교가 세워졌고, 국립 유치원 3곳이 급식·교육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대부분 가축을 돌보는 일을 하느라 교육 기회를 놓치는 렌딜레 부족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둡사하이 마을 ‘믿음초등학교’는 그 변화의 상징이다. 유치원만 있던 마을에서 졸업 후 학업을 이어갈 수 없던 아이들을 위해, 2009년 나무 아래서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시작한 작은 수업이 지금은 330여 명이 다니는 학교로 성장했다. 주민들이 문맹에서 벗어나려는 열망으로 학교를 요청했고, 기아대책은 교실을 세우고 교사 4명을 고용했다. 이후 정부가 지원하는 교사 12명이 추가되며 교실도 6개로 늘었고, 물탱크와 급식 주방이 설치돼 아이들이 배고픔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됐다.

믿음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

학교가 생기자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믿음초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곧 예배 인원이 늘어나 교회 공간의 필요성이 커졌고, 주민들의 기도와 기대봉사단의 협력 속에 2021년 ‘말리왁 교회’가 세워졌다. 현지어로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뜻을 가진 이 교회에는 지금 매주 200여 명이 모여 예배한다.

회복캠페인팀도 이곳 주일예배에 함께했다. 믿음초 교사와 학생들이 찬양했고, 전통 복장을 한 주민들이 특송을 올렸다. 헌금 시간에는 과부의 두 렙돈을 드리듯 긴 줄이 이어졌고, 아이들은 엄마에게 받은 5실링 동전을 자랑스럽게 내며 기뻐했다. 조 목사는 로마서 5장 8절을 본문으로 “모두가 죄인이지만, 우리를 대신해 죽으시고 생명을 허락하신 예수님께서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전했다.

기아대책 회복캠페인과 케냐 코어를 방문한 조상용 목사가 말리왁교회에서 주일예배 설교를 전하고 있는 모습. 최인호 선교사와 현지 사역자가 통역을 돕고 있다.

이외에 주말마다 진행되는 복음 중심의 영성교육도 활발하다. 토요일에는 메인 교회 인근 유스센터에서 성경공부와 캠프 열리고, 성악 전공인 한지선 선교사가 지도하는 ‘마하나임 합창단’ 연습도 중요하다. 2015년부터 시작한 합창단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초등 4학년부터 중등 3학년까지 70여명의 아이들이 여러 마을에서 모여 찬양을 배우며 신앙 안에서 자라도록 돕고 있다.

최인호 한지선 선교사 부부와 조상용 대전중부교회 목사와 김혜경 사모, 박재범 기아대책 미션파트너십 부문장이 말리왁교회 앞에 서있는 모습.

새로운 교회 개척 소식도 있다. 최근 파키스탄 무슬림들이 모스크를 세우고 포교 활동이 활발해진 우라우웬 지역에서는 마을 청년들이 세 번째 교회 건립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지금은 나무 아래에서 모여 예배하지만 세 부족이 만나는 지점에 교회가 세워지길 소망하고 있다.

렌딜레 부족 마을 중 가장 오래 복음이 전해진 룽구모 마을에서는 ‘드림키왁(하나님의 뜻) 교회’ 건축이 진행 중이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건축헌금에 기아대책의 지원이 더해져 가능해진 일이었다. 회복캠페인팀의 바램은 올해 성탄예배를 이곳에서 드리는 것이다.

현지 교회와의 협력,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도록

마을 주민들과 기아대책의 지원이 함께 더해져 공사가 진행 중인 드림키왁 교회에서 회복캠페인팀과 현지인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는 모습.

코어 사역의 가장 큰 특징은 ‘함께 세워가는 사역’이라는 점이다. 현지 교사, 주민, 교회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대책도 마을 주민이 먼저 학교 설립을 요청하고, 일정 부분 비용을 모으며 관리·운영할 준비가 될 때 비로소 협력한다. 현지 교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코어가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어의 첫 번째 메인교회를 담임하는 라반 에이씬켈레(51) 목사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렌딜레 부족 출신인 그는 2019년부터 교회를 섬기며 유스캠프와 다음세대 교육프로그램 등 기대봉사단 사역을 함께하고 있다. 그는 “기대봉사단 사역은 단순한 구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게 하는 사역”이라며 “당장 식량을 나누면서도 진짜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을 알게 하는 것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처음 시작된 CDP가 젊은이들과 청년층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그 결과 많은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거나 현재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사역의 열매를 강조했다.

기아대책 회복캠페인팀이 케냐 코어 기대봉사단과 현지 성도들과 함께 지난 17일(현지 시간) 케냐 마르사빗주 말리왁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지인들의 고백도 이어졌다. 마을 추장 보야 갈리모글레(56)는 “선교사들이 온 이후 우리 공동체가 달라졌다. 이들은 이제 우리와 한 가족이다”며 “예수님을 알게 됐고, 학교가 세워졌으며 협력할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10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는 과부 미샐론 오르구바(50)는 “자녀 중 CDP 후원 아동이 되면서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다니게 된 이들도 있다”며 “교회를 통해 신앙이 자라가고 있으며 지금은 예수님께 기도하면 응답하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코어(케냐)=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