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9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박 감독의 세 번째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 ‘어쩔수가없다’는 2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1032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상영 직후 약 9분간 이어진 기립박수와 환호로 영화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이날 영화제에는 박 감독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함께했다. 상영 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감독과 배우들은 각국 취재진의 환호에 여유로운 미소로 답했고, 현장을 찾은 팬들의 열기 속에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영화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초반부터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고,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전개 속에서 몰입하며 의외의 순간에 터지는 아이러니한 유머에는 웃음으로 반응했다.
배우들의 입체적인 연기와 호흡, 박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정교한 음악은 극의 밀도를 높이며 관객을 끝까지 사로잡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기립박수는 멈추지 않았고, 박 감독은 배우들과 스태프를 안으며 감격을 나눴다. 그는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모두 재미있다고 말해주더라. 그 말이 진심이길 바란다”며 소회를 전했다.
현장의 뜨거운 반응은 곧 외신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했고, 주요 매체들도 잇따라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코미디풍 소동극으로 시작하지만, 곧 전혀 다른 장르로 변신하며 가족의 붕괴와 가장의 위기, 국가의 현주소를 그려낸다”며 “박찬욱 감독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단단한 자신감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현존하는 가장 품위 있는 감독임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매혹적인 블랙 코미디”라고 극찬했고, 인디와이어는 “이병헌의 유려한 연기가 박 감독의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톤을 지탱한다”고 평가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 소설 ‘도끼’를 원작으로 한다. 25년간 다닌 제지회사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가족과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 전쟁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적 풍자로 풀어낸다.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9월 24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