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질병 대응 당국 수장을 경질하고 직무대행 자리에 ‘백신 음모론’으로 유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최측근을 낙점했다. 백신 음모론에 반대했던 전임 수장 해임으로 인한 논란이 미국 내에서 증폭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직무대행으로 짐 오닐 보건복지부 부장관을 낙점했다고 보도했다.
오닐은 지난 6월 의회 인준을 거쳐 부장관으로 취임했다.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보건 당국에서 식품 규제 등을 맡은 적이 있지만 의학계 경력은 거의 없다. 오닐은 이후 수년간 기술, 바이오 등과 관련된 벤처 투자자로 일했다.
오닐이 CDC 국장 직무대행을 맡게 되면서 의학계가 반대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정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수전 모나레즈 전 CDC 국장은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27일 해임됐다. 미 언론은 모나레즈가 백신 정책을 바꾸라는 상부 압력에 저항한 게 해고 이유였다고 보도했다. 모나레즈는 스탠퍼드 의대를 거쳐 수십년간 보건 분야 경력을 쌓았고 그간 백신 연구 삭감과 정책 변화 등을 강행하는 케네디 장관에 맞서 백신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모나레즈가 해임되자 CDC 다른 고위직 4명도 항의성 사표를 던졌다. 모나레즈의 변호인들은 그녀가 케네디 장관의 “비과학적이고 무모한 지시”를 따르기를 거부했으며 “정치적 의제를 따르느니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케네디 장관이 백신 회의론자 위주로 재편한 자문위원회는 향후 몇 주 사이에 새 예방접종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문위는 홍역, 간염 등 어린이 필수 예방접종을 검토할 예정이다.
케네디 장관의 행보를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일제히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의회 조사를 요청했고 민주당에서는 케네디 장관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CDC가 문제가 많은 기관이라며 “우리는 이를 바로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신 음모론자로 유명한 케네디 장관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CDC가 제약업계 로비로 백신을 권고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케네디 장관은 B형 간염 백신의 영아 접종을 비판해왔는데 이는 출생 즉시 접종해야 효과적이라는 기존 공중보건 전문가들 견해와 상반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DC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겨울철 코로나19와 다른 계절성 바이러스 확산을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