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웅] 막차 끊겨 당황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경주의 버스 기사가 한 행동 (영상)

입력 2025-09-28 01:30

차고지에 버스가 멈추고 기사님이 내립니다. 그런데 버스 안엔 외국인 두 명이 타고 있었네요. 밖은 컴컴하고, 당황할 법도 한데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버스에서 내려 버스 기사를 따라갑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종점에서 버스 기사를 따라간 이유


지난 7월 1일 금요일,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각. 경북 경주 시내에서 외국인 남녀가 51번 버스에 올랐습니다. 남성의 손에 지팡이가 들려 있는 걸 보니 시각장애인인 듯했습니다. 뒤 이어 탄 여성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한참을 무언가를 검색해 내밉니다.


신경주 기차역으로 가야하는데 이 차가 기차역으로 가는 게 맞느냐는 거였죠. 버스기사님은 난감했습니다. 이 버스가 원래는 신경주역까지 가는 버스가 맞는데, 이 시간에는 문화고등학교 입구가 마지막 정류장이었거든요.


휴대폰을 주고받고 손짓을 섞어가면서 ‘이 버스는 안 간다’고 설명하고 나서도 기사님은 쉽게 버스를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외국인들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거든요. 다른 승객의 도움으로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니, 이들은 신경주역에서 다음날 새벽 5시에 KTX를 타야 하는데, 일단 역으로 가서 새벽까지 열차를 기다릴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김수찬 ㈜새천년미소 51번 버스 기사
“차라리 거기 (기차역에)가서 대기하다가 차를 타는 게 더 안정적으로 생각하는가 보다 싶어 결론을 내린 게 정 불안하면 내가 태워드릴게...”



태워준다는 말이 택시가 아니었습니다. 차고지에 세워둔 자신의 차를 말한 거였어요. 그렇게 기사님은 두 명의 길잃은 외국인을 태우고 기차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종일 버스를 운행한 데다 한밤중 퇴근으로 피곤할 법도 한데 말입니다.


김수찬 ㈜새천년미소 51번 버스 기사
“국내인 같으면 (길을) 대충 아니까 ‘고객님들 택시 타고 가세요’ 그래도 되는데 우리도 외국 나가면 그러잖아요. 길 잃어버리고 차가 안 가고 없고 이러면 멘붕되는 거죠”



사연은 관광객들과 함께 버스에 탔던 강호지 경주시 내남면행정복지센터 산업팀장이 목격하면서 알려졌는데요. 알고 보니 기사님의 선행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었어요. 3년 전에는 심정지 위기에 처한 승객을 심폐소생술로 구해 ‘TS교통안전 의인상’을 받기도 했답니다.


김수찬 ㈜새천년미소 51번 버스 기사
“직업이 직업인지라 어쩔 수 없이 상황이 벌어지면은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아무나...”



경주에서 버스를 운행한 지 올해 8년이 됐다는 기사님의 잇따른 선행, 과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일까요? 적어도 아무나는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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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