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맹폭에 20여명 사망…꺼져가는 ‘종전 불씨’

입력 2025-08-29 11:57
러시아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주거 건물 안팎에서 구조대원들이 28일(현지시간)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UPI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폭격해 최소 21명이 숨졌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공습에 대해 양국이 종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사실상 종전 담판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8일 새벽(현지시간) 키이우에 대대적인 드론·미사일 공습을 가해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쳤다. 사망자 대부분은 키이우 동남부 다르니츠키 구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 건물에서 나왔다. 이번 공격으로 시내 중심가 쇼핑센터 등 건물 약 100채가 파손됐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드론 598대와 미사일 3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후 첫 대규모 공격이다.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공격”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 공관과 영국문화원도 피해를 입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포에 떨게 하기 위해서라면 민간인을 살상하고 심지어는 EU(대표부)까지 겨냥하는 등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강력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무분별한 공습으로 평화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난했다. EU는 브뤼셀 주재 러시아 대사를, 영국은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를 각각 초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에서 “러시아가 외교적 해결과 종전 대신 살상을 선택했다”며 “평화를 촉구하면서 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전 세계 모두의 대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종전 담판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푸틴과 젤렌스키 간 회담의 불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프랑스 남부 브레강송 요새에서 “지난주 트럼프와 푸틴이 합의한 것과는 달리 젤렌스키·푸틴 간 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번 공습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뉴스에 기분이 안 좋았지만 놀라지도 않았다”며 “아마도 당사자 양측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스스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지만 두 나라의 지도자들 또한 전쟁이 끝나기를 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사 키스 켈로그는 엑스에서 “이런 극악무도한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평화를 위태롭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