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올해보다 55조 늘린 728조원…‘확장재정’ 시동

입력 2025-08-29 11:12 수정 2025-08-29 16:24
구윤철(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728조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728조원으로 책정하면서 사상 최초 700조원대 예산 시대가 열렸다. 올해 예산보다 55조원 가까이 늘리며 확장 재정 기조를 공식화했다. 이번 예산안은 인공지능(AI)과 연구·개발(R&D) 예산 증액을 전면에 내세우며 성장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증대하는 복지 수요와 관련해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확대된 점도 눈에 띈다. 재정을 뒷받침 삼아 성장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본예산 대비 54조7000억원 늘린 728조원 규모 내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대비 8.1%나 예산 규모가 대폭 커졌다. 정부 예산 증가폭이 8%대를 넘어선 것은 문재인정부 마지막 예산인 2022년 예산 이후 4년 만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순히 ‘확장적 재정 운용’이 아닌 성과가 나는 부분에 제대로 쓰는 ‘전략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예산을 대폭 늘린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AI 육성 예산으로 분류한 예산이 10조1000억원으로 올해(3조3000억원)의 3배를 넘는다. 피지컬 AI 중점사업에 내년에 5000억원을 시작으로 5년간 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피지컬 AI란 로봇 등 물리적 기기에 탑재되는 AI를 말한다. 이 외에 AI 개발 핵심 요소인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 조기확보 등에도 예산을 대거 투입한다. R&D 예산 역시 급격히 늘린 항목 중 하나다. 올해 예산 29조6000억원 대비 19.3% 늘린 35조3000억원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인 ‘A(AI) B(바이오) C(콘텐츠) D(방산) E(에너지) F(제조)’ 관련 첨단산업 분야별 핵심 기술 R&D에는 10조6000억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규모로 봤을 때 가장 크게 증액된 부분은 보건·복지·고용 예산이다. 올해(248조7000억원) 대비 20조4000억원 증액한 269조1000억원을 할애했다. 구조적 문제인 저출생과 고령화 대응 예산 비중이 적지 않다. 올해(62조6000억원)보다 7조8000억원 더 늘어난 70조7000억원이 배정됐다. 아동수당 지급연령을 1세 상향해 만 8세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구성한 사업이 대표적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상한도 현행 22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30만원 더 올린다. 고령화 대응 차원의 예산은 25조6000억원에서 27조5000억원으로 1조9000억원 늘렸다. 노인일자리를 올해보다 5만개 더 확대하는 등의 사업이 담겼다.

올해와 달리 지역에 따라 복지 혜택을 차등하기로 했다. 가령 현행 1인당 월 10만원인 아동수당은 비수도권의 경우 지역에 따라 10만5000~12만원을 지급한다. 이를 지역화폐로 수령하면 1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최대 13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인 일자리도 올해의 경우 비수도권 비중이 70.4%지만 내년에는 90.0%를 비수도권에 배정할 계획이다. 지역 경기 활성화 측면에서 편성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1조1500억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에 따라 할인율이 8~12% 차등 적용되도록 설계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국방비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난다. 올해(61조2000억원)보다 5조원 더 늘린 66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방위력 개선을 위해 스텔스 전투기 연구 등에 1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첨단 무기 전환을 위한 R&D에도 9000억원을 들인다.

정부는 침체한 경기 활성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 대외 현안 대응 등 ‘필요성’ 측면에서 예산을 늘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세수에 비해 씀씀이를 큰 폭으로 늘리면서 정부 재정 악화는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연평균 5.5%의 재정증가율을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2029년에는 834조7000억원까지 예산이 늘어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재정 수입 증가율은 4.3%에 불과하다. 4년간 누적되는 적자분이 245조30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부족분은 적자 국채 발행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미래 세대의 나랏빚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