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러스 기아의 경기력은 지난 24일 BNK 피어엑스전부터 눈에 띄게 향상됐다. 선장을 ‘루시드’ 최용혁으로 정한 선택이 주효했다고 한다. 최용혁은 겨우 데뷔 2년 차 정글러지만, 그가 게임의 흐름을 읽고 굵직한 판단들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선수도, 팀도 눈에 띄게 발전했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 23일이다. 전날 DRX전을 2대 1로 이긴 뒤부터 디플 기아는 최용혁 중심의 게임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BNK를 잡고, 28일 OK 저축은행 브리온전에선 더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두 세트 모두 일방적인 오브젝트 사냥을 통한 완승. 2세트에선 내셔 남작을 사냥하지도 않고 크게 벌어진 성장 격차를 이용해 게임을 끝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최용혁은 “최근에는 연습도 잘 되고 있어서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 승률은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지만 결과보다 과정이 좋다고 느낀다. 지더라도 얻어가는 게 있는 게임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콜을 주도적으로 하기 시작한 뒤로는 데이터를 많이 쌓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설령 틀린 판단을 내리더라도 ‘다음에는 다르게 판단해야겠구나’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패배해도 ‘연습이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선장 역할에 부담은 없다고 했다. 최용혁은 “내 중심 게임을 하기로 한 뒤로 스크림 첫판은 솔로 랭크처럼 했다가 졌다. 팀 전체의 턴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고려한 게 문제여서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면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그다음 판부터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그랬더니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메인 오더 역할을 맡아 숲을 보는데 몰입하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용혁은 “나는 정글러라서 그런지 오히려 게임이 더 잘 된다. 교전도 더 잘할 수 있게 됐고 전보다 실력도 늘었다고 느낀다. 정글러들은 자아가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그런 부분이 충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용혁은 “내가 판을 짜고 큰 그림을 그리는 건 맞지만, 다른 포지션의 형들이 잘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콜은 다 같이 하는 것”이라면서도 “스스로 전 라인의 상황을 읽으면서 게임하니까 오히려 게임이 더 잘 된다. 순간적인 판단력이 향상된 게 체감된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