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계는 출판문화상이 없고 이와 유사한 ‘한국가톨릭학술상’이 있습니다. 올해로 29회째를 맞는 이 상은 본상 도서 1종(상금 3000만 원·상금)과 연구상 및 번역상 각 1종(각 1000만 원), 공로상 1명(1000만 원) 등 총 4개 분야를 선정해 시상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26회 학술상 본상 도서 ‘교부들의 성경 주해’(전 29권)가 미국 복음주의 출판사 IVP 학술서 시리즈였다는 것입니다. 이 학술상은 가톨릭신문이 제정·운영하고 한 가톨릭 기업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불교계는 지난달 제22회 불교출판문화상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이 상은 “불교출판기획에 대한 관심 고조 및 위상 강화와 문서포교의 영역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출판인의 사기 진작과 자긍심 제고”를 목적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불교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합니다. 대상 도서 1종(1000만 원)과 우수상 2종(각 400만 원), 붓다북학술상·한길번역상·보덕전법상 각 1종(각 200만 원), 입선 4종(각 100만 원) 등 모두 10종을 선정해 상금과 상패를 수여합니다. 후원처는 주최 측인 조계종 총무원입니다.
제1회 불교출판문화상 공모 때부터 현재까지 이 상의 출품 도서 접수처 및 사무국 연락처는 한 불교 출판사로 고정돼 있습니다. 독립된 사무국이 없는 이 협회의 출판상을 조계종단 차원에서 매년 수천만 원씩 후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서포교 영역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출판인의 사기 진작과 자긍심 제고’라는 이 상의 제정 취지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딱 한 글자, 문서포교를 문서선교로 바꾸면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의 제정·운영 취지와 무엇이 다를까요.
42년을 이어 오며 매해 40종 가까운 도서를 선정하는 기독교 출판상에는 후원 교단이나 후원 기업도, 상금도 없습니다. 문서선교에 헌신한다며 치하하는 말은 풍성하되 상은 빈약합니다. 기독교 출판상은 언제쯤 이들 출판상 수준에 다가갈 수 있을까요.
<옥명호 월간 기독교출판소식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