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보이지 않는 인파. 모인 사람들의 수를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공연이 시작되자 일제히 환호성이 터진다. “오아시스! 오아시스!” 관객의 연호 속 무대에 오른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등 멤버들은 감격해한다. 격앙된 노엘은 “이게 바로 역사”라고 외친다.
1996년 8월 영국 하트퍼드셔주 넵워스에서 열린 공연은 전설적 록밴드 오아시스의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이틀간 무려 25만명이 몰렸다. 당시 영국 인구 20분의 1인 260만명이 예매를 시도했다고 한다. 야외 단독 콘서트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는 90년대 브릿팝 황금기의 주요 순간으로도 기록된다.
29일 메가박스에서 재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소닉’은 맨체스터 지역 인디 록밴드 오아시스가 데뷔 3년 만에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넵워스 공연까지 성공시킨 여정을 그린다. 팀의 주축 갤러거 형제의 유년기부터 밴드 결성, 데뷔, 성장 과정을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2016년 처음 개봉된 영화는 갤러거 형제가 해체 후 처음 함께 참여한 프로젝트였다. 1994년 데뷔 이래 7장의 정규 앨범으로 7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오아시스는 알려진 것처럼 갤러거 형제의 싸움으로 2009년 해체했다가 지난해 전격 재결합했다.
영화에선 형제간 ‘싸움의 역사’가 펼쳐진다. 홀로 삼형제를 키워낸 어머니는 장남 폴을 제외한 노엘과 리암이 어려서부터 자주 티격태격했다고 증언한다. 활동 중 크고 작은 갈등은 계속 있었다. 거의 매번 리암의 음주·마약 문제가 원인이었다. 노엘은 “서로 욕하고 싸우지만 우린 가족”이라고 말한다.
월드투어로 건재함을 과시 중인 오아시스는 오는 10월 내한 공연을 연다. 이미 매진이다. 놀랍게도 예매 관객의 56.2%가 20대다. 오아시스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팬이라면 필히 관람할 만하다.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노엘은 영화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우리 같은 시골 촌뜨기도 이뤄냈는데 너희도 할 수 있어!” 122분, 15세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